이필형 구청장 "동대문구 학생에 코딩·드론수업 확대"

입력 2025-12-02 18:17
수정 2025-12-03 01:03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최근 펴낸 <말이 세상을 바꾼다>가 출간 2주 만에 교보문고 에세이 부문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전문 작가도 아닌 현직 구청장이 여름휴가 중 집필한 책이 순수 문학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행정 성과나 정치적 메시지 대신 삶의 통찰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내 독자 사이에서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 구청장은 “도서관 건립, 1인 1악기 등 각종 교육 사업을 통해 미래 세대가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낳은 인문학 에세이 이 구청장은 2일 서울 용두동 구청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가슴을 뒤흔드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며 말의 힘을 강조했다. 간단한 말 한마디가 상대방 태도와 선택을 바꾸고 그 변화가 정책 및 공동체 사회를 나비효과처럼 움직이게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저서에도 삶에서 얻은 깨달음과 고전의 가르침을 엮어냈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존 스튜어트 밀 등 옛 성현이 남긴 문장과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가 건넨 “괜찮다, 다시 하면 된다”는 위로가 인상적이다. 이 구청장은 고려대 재학 당시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건물 틈에서 꿋꿋이 자라던 소나무를 보며 “어려운 환경이 한계를 만들어도 어떤 태도를 지니는지에 따라 길이 보인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또 밀의 ‘자유론’에서 배운 다양성의 존중은 행정 철학의 뿌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행정도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으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 중심 행정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출판기념회 역시 책 판매와 후원을 받지 않는 ‘청렴 북콘서트’ 형식으로 열어 이슈가 됐다. 그는 “책은 행정 철학을 나누는 수단이지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코딩·악기까지…교육 예산 180억원 이 구청장의 철학은 구정으로도 이어졌다. 취임 후 동대문구의 최우선 과제를 미래 세대 교육에 뒀다. 중단 위기였던 서울시립동대문도서관도 ‘미래 세대를 위한 복합문화 공간’이란 이유로 재추진하기로 했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움직이고 공동체 변화를 이끈다는 그의 신념을 행정에 접목한 결과다.

동대문구 교육 예산도 꾸준히 늘렸다. 2022년 80억원에서 올해 155억원, 내년에는 180억원으로 증액했다. 구는 이를 기초학력·사각지대 지원, 예체능 확대, 심리·생활교육 등 인성 프로그램, 스터디카페·도서관 건립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초·중·고교생을 위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구는 모든 학생이 예술·체육 분야에서 재능을 키우도록 1인 1악기 등 예체능 교육을 강화했으며, 메타버스 교실과 드론·코딩 수업 등 과학 교육 지원도 확대했다. 학생들에게 학습 지원 코디네이터를 배치하고 심리 상담 등 기초학력·정서 지원 체계를 촘촘히 보강했다. 최근에는 학교 유휴 공간을 ‘감성도서관’과 스터디카페 등 창의학습 공간으로 바꿔가고 있다.

이 구청장은 “아이들마다 성향과 배우는 속도가 다르다”며 경희대, 서울시립대, 한국외국어대와 함께 멘토링을 활성화하고 맞춤형 교육을 도입했다. 그 결과 교육 현장에서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고 과제 수행이나 기초학력 보완 속도도 빨라졌다. 멘토링을 받은 학생은 진로 탐색이 구체화되고 발표 및 협업 경험이 늘며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구청장은 남은 임기에도 사람과 교육에 초점을 둔 구정을 이어갈 방침이다. 그는 “따뜻한 언어가 쌓이면 도시 얼굴도 달라진다”며 “직위와 상관없이 사람을 이해하고 돕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