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트래픽 770% 폭발했다"…유통가 발칵 뒤집힌 이유

입력 2025-12-02 17:23
수정 2025-12-03 01:26
미국 유통업계 최대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에 ‘플랫폼 vs AI 빅테크’ 간 결전이 벌어졌다. 오픈AI 등이 선보인 쇼핑에 특화한 AI 에이전트를 통해 e커머스로 유입된 트래픽이 전년 대비 7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침공을 막기 위해 아마존 등 유통 플랫폼들은 자체 AI 쇼핑 챗봇을 활용해 사용자를 묶어두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 AI 챗봇으로 점유율 사수1일(현지시간)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인 지난달 28일 아마존 앱에서 AI 쇼핑 챗봇 ‘루퍼스’를 거쳐 구매로 이어진 활동은 전월 대비 100%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루퍼스는 아마존 앱에서 제품을 추천하거나 비교 분석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AI 챗봇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쇼핑 중 루퍼스를 사용하는 고객은 그렇지 않은 고객과 비교해 구매를 완료할 가능성이 60% 더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다시 한번 ‘루퍼스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아마존이 루퍼스를 도입한 것은 자사 플랫폼 내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아마존의 핵심 수익원은 판매자가 상품 목록 상단에 자사 제품을 노출하기 위해 지출하는 광고비다. 웹사이트와 앱 트래픽이 곧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로, 검색 키워드마다 광고 수수료를 매기는 구글과 비슷하다.

오픈AI, 퍼플렉시티 등 AI 모델 개발사들이 사용자 대신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까지 완료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아마존, 월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의 지위가 흔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수익 목마른 AI 진영의 공세신생 AI 개발사들이 e커머스에 계속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화’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다. 오픈AI는 제휴사를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올 9월엔 즉시 결제 기능을 도입했다. 구글도 에이전트 간 결제 프로토콜(A2P)을 공개했다. 구글의 ‘제미나이’가 사용자를 위해 알아서 쇼핑할 수 있도록 연결 통로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어도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미국 내에서 AI 에이전트를 경유해 유통 사이트로 유입된 트래픽은 전년 대비 770%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과 AI 빅테크 간 경쟁은 결국 데이터 확보전이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GPT-5 해커톤에서 우승한 AI커머스 기업 와들의 조용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 에이전트가 소비 패턴을 확보하면서 e커머스 기업들은 소비자 정보를 얻기 어려운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이 최근 자사 쇼핑몰에 오픈AI와 퍼플렉시티 등 AI 에이전트의 접속을 차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중국만 해도 위챗, 타오바오, 더우인 등 이미 슈퍼앱으로 기능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사용자를 플랫폼에 가두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플랫폼 중심의 AI 서비스 강화 쪽으로 e커머스산업이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AI업계 관계자는 “AI 빅테크들이 모든 쇼핑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려고 해도 결제, 배송, 리뷰, 고객센터 등에서 기존 플랫폼 업체들을 우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아마존 등이 데이터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체 AI 모델 고도화에 성공한다면 오픈AI 등 신생 업체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