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과 충돌…원화 코인 '51% 룰' 딜레마

입력 2025-12-02 17:21
수정 2025-12-03 00:14
원화 가치에 1 대 1로 연동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두고 법안 마련이 급물살을 탄 가운데 핵심 규제이자 발행사 자격 요건으로 논의 중인 ‘은행 지분 51% 룰’이 현행 은행법과 충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은행은 비금융회사 지분을 15%까지만 소유할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당국은 문제를 인지하고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은행 주도로 한다지만…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디지털자산기본법상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이 지분의 51% 이상 출자한 법인’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을 위해 공신력 있는 은행이 과반 지분을 갖고 통제권을 쥐어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현행 은행법이다. 은행법 제37조는 은행이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금산분리 원칙을 반영한 조항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금융회사가 아니라 핀테크 등 일반 법인으로 분류되면 은행 한 곳이 가질 수 있는 지분은 최대 15%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최소 은행 4곳이 하나의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져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 지정은 어려울 듯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금융회사’로 지정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법적 난관이 만만치 않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아직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이 아닌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금융회사로 지정하면 금융사가 비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모순이 생긴다. 더구나 금융사는 지배구조법의 엄격한 통제를 받기 때문에 향후 자회사 인수 등 사업 확장에도 제약이 있다.

결국 은행법 감독규정상 발행사를 은행이 소유할 수 있는 자회사 업종으로 예외를 둬 인정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면 발행사는 금융사가 아니기 때문에 은행에 버금가는 내부 통제와 건전성 규제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문제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며 “법안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안을 가지고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 생존은 불가능”은행이 51%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컨소시엄 내 최대주주는 플랫폼 기업 등이 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은행 지분 합계가 51%를 넘으면 은행이 단일 최대주주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의 윤곽이 가시화하면 금융권의 물밑 작업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와 업비트의 동맹이 사실상 굳어진 가운데 나머지 은행과 플랫폼 기업, 증권·카드사 등 그 외 금융사들의 손익 계산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느 한 곳도 독자 생존은 불가능한 구조”라며 “법안이 구체화하면 이해득실에 따라 합종연횡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미현/서형교/강진규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