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주 저승사자'의 경고…이번엔 "테슬라도 고평가 상태"

입력 2025-12-02 10:51
수정 2025-12-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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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주장해 국내외 시장을 흔든 미국의 유명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이번엔 '서학개미 최애주'인 테슬라의 주가가 고평가 상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테슬라는 국내 해외 증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이다. "주식만 늘려온 테슬라, 주주가치 매년 희석"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버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뉴스레터를 통해 "테슬라는 터무니없이 고평가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년간 주주가치를 희석해왔고,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이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관계 없이 올라있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테슬라가 SEC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테슬라가 임직원들에게 주식을 기반으로 보상 조치를 하면서 주식 유통량을 늘려왔다고 했다. 매년 주주들의 주식을 가치를 3.5~3.7%가량씩 희석해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테슬라의 발행주식 수는 2020년 초 약 10억주였다. 2020년에 5대 1 비율로 주식을 액면분할했고, 2022년엔 3대 1 비율로 분할하면서 주식 수는 현재 34억주를 넘는다.

버리는 또 "테슬라는 2020~2021년에 여러차례 신주 발행을 해왔다"며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은 채 이런 방식을 지속하는 건 결국 주가를 장기적으로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주주총회를 통과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역대급' 주식 보상안도 문제 삼았다. 테슬라는 지난달 초에 머스크 CEO가 시가총액 목표치 등 일정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주식을 지급하는 총 1조달러(약 1470조원) 규모 보상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와 비슷한 방식이면서 규모가 막대해 주주가치 희석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버리의 주장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267억5000만달러(약 39조3775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버리는 미디어 스타…워런 버핏이 아냐" 주장도버리는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AI 거품론을 촉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붕괴를 예측하고 시장 하락에 크게 베팅해 돈을 딴 투자자 등을 다룬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도 이름났다.

시장에선 지난달 4일 버리가 엔비디아와 팰런티어 주가 하락에 대규모로 베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I주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다. 버리는 이후 SNS 등을 통해 최근 AI 붐을 1999년 '닷컴버블'에 비유하는 등 AI 거품론을 주장해왔다. 팰런티어 주가는 이날 이후 지난 1일까지 12.19%, 엔비디아는 9.45% 내렸다.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먼자산운용은 지난달 10일부로 미국에서 투자자문사 지위가 해제됐다. 이를 두고도 시장에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월가 안팎에선 사이언자산운용이 버리의 AI 거품론에 따라 공매도를 대규모로 쳤다가 이후 뉴욕 증시 상승장에서 손실이 누적돼 운용자금이 투자 자문사 신고 기준인 1억달러 미만으로 줄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다른 편에선 사이언자산운용이 외부 자금 없이 자기 자금으로만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 형태로 전환해 보다 자유롭게 투자를 하려 한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패밀리오피스로 전환하면 각종 공시나 신고서 제출 의무가 확 줄어서다.

일각에선 버리가 '투자 구루'보다는 '미디어스타'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쇼트' 전후 그의 투자 성과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조너선 레빈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최근 "시장이 버리를 투자 '롤모델'로 삼을 만큼 투자 성과를 충분히 아는지 의문"이라며 "그가 운용하는 펀드는 올해 규제상 운용자산(RAUM)이 1억5500만달러 수준으로 딱히 큰 규모가 아니고, 5년 전 보고했던 3억8700만달러의 절반 미만이며 2000년대 버리가 운용한 것으로 알려진 규모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왜 지표상 펀드 규모가 줄었는지는 뚜렷하게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버리는 워런 버핏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한 차례 크게 시장을 맞혀본 적 있는 투자자들의 SNS 메시지에만 기대고 있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