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만성 질환"…WHO, 비만치료제 '조건부' 공식 권장

입력 2025-12-02 09:14
수정 2025-12-02 09:15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글루카콘유사펩타이드(GLP)-1 계열의 비만약 사용에 대해 ‘조건부 권장’ 입장을 냈다. 조건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WHO가 세계 각국 보건당국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비만약을 권장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일(현지시간) WHO는 임신부를 제외한 성인들의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요법을 6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권고를 제시했다. 또 의약품과 함께 건강한 식단과 신체 활동 등의 개입이 제공돼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우리의 새로운 지침은 비만이 포괄적이고 평생에 걸쳐 치료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임을 인정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권고는 조건부다. 우선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에 대해 적용된다. 적용 약물은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와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 리라글루티드(빅토자·삭센다) 등 세 가지 성분에만 해당한다.

다만 각국에서 비만약의 급여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WHO가 권장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WHO는 각국과 기업이 특허 의약품에 대해 더 저렴한 복제약 제조를 허용하는 자발적 라이선싱, 더 가난한 나라에서는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단계별 가격 책정 등 접근성 확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비만약의 생산 급증에도 2030년까지 GLP-1 요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10% 미만만 실제로 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며 공급 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WHO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비만과 관련한 사망을 370만건으로 추산하며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비만 인구가 20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비만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2030년에는 3조 달러(약 44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