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일령'에 日대신 동남아 찾는 중국인 여행객 늘었다

입력 2025-12-01 14:16
수정 2025-12-01 14:18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관광객들은 일본 대신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로 여행지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디지털 마케팅 기업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인 여행객의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여행 예약 건수가 지난 8~9월 평균 대비 15~20% 늘었다고 보도했다.

수브라마니아 바트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가 단순한 주의 촉구를 넘어 당분간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한 하향식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항공사·크루즈 선사들이 예약 취소·변경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일반 여행객들이 중국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덧붙였다.

SCMP는 싱가포르가 중국인 관광객에게 선호도가 높은 이유로 중국어가 비교적 잘 통하고 미중 대립 와중에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점을 꼽았다.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당국이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린 이후 중국인 여행객의 싱가포르행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 사는 에코 허 회계사는 "중국어 사용자가 싱가포르에서는 길을 찾기가 쉽다는 이야기를 듣고 싱가포르 여행을 선택했다"며 "이제 사람들은 일본 방문을 조금 불안해하고 있고, 우리에게 불친절한 태도가 좀 있을 수도 있지만, 싱가포르는 여행하기 쉽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여행업계 종사자 패트릭 테오는 "평소에는 일본을 첫 번째 선택지로 삼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중국 고객들도 있지만, 올해는 복잡한 상황을 피하고 중립적이면서 위험성이 낮은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싱가포르는 이런 여행객들에게 자연스러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싱가포르의 깨끗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과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이미지, 비교적 높은 중국 표준어 푸퉁화(만다린) 사용률 등도 중국 관광객의 방문 증가 요인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바트 CEO는 "현 상황에서 동남아, 특히 싱가포르가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이 겪는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중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물려받지 않으려면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신중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다카이치 총리의 참수를 언급하는 극언을 하는 등 중국 내 반발이 크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촉구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 외교부 등 중국 여러 부처가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과 유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자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들이 줄줄이 운항을 취소하고 중국인 여행객들의 일본행 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중국 온라인 여행플랫폼 취날의 국제선 항공권 예약 현황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 15∼16일 인기 여행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태국·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 순이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