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채권자·협력업체 양보 없인 M&A 불가"

입력 2025-12-01 15:30
수정 2025-12-01 15:31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가전 인수합병(M&A)이 난항을 겪으면서 신규 자금 투입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회생 신청 이후 주요 납품업체가 물품 공급을 미루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현금이 말라 직원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하게 되면 홈플러스는 스스로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된다. ◇ 스스로 문 닫을 위기 몰려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10월 홈플러스 매출은 1조46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7838억원)과 비교해 18.0% 감소했다. 회생 신청 직후인 3월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들어 매출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대형 협력 업체들이 물품 공급을 줄인 여파다.

협력 업체들은 홈플러스에 대한 물품 공급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하고 있다. 파산 가능성에 대비해 보증금 및 선급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여기에만 2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묶여 있다.

홈플러스는 종합부동산세와 부가가치세, 지방세, 재산세 등 총 700억원에 달하는 세금도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220억원 수준의 전기료 미납분까지 합치면 920억원에 이르는 각종 세금 및 비용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연내에 홈플러스가 직원 임금 체불 위기에 내몰려 스스로 영업을 중단하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홈플러스가 인가전 M&A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홈플러스 공개매각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본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무산된 상황이다. 회생 계획안 제출 마감일은 오는 29일로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새로운 인수 후보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이해관계자 양보 필요”업계에선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선 당장 비주력 점포 및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 인가전 M&A가 성사될 때까지 홈플러스가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당초 시흥점 등 15개 비주력 점포의 영업을 중단하고 매각하려 했으나 정치권의 만류로 잠정 보류한 상태다. 매출 급감에도 인력 구조조정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대형 협력업체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생 신청 이후에도 납품받은 물건의 대금은 공익채권으로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주요 대기업 협력사들은 리스크가 커졌다는 이유로 거래 조건을 빡빡하게 설정하고 있다”며 “이 조건만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도 수천억원의 현금 흐름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인가전 M&A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채권자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현재의 조건으로는 인수 후보가 없다는 게 공개매각 무산으로 확인된 만큼 채권자들이 양보해 인수 후보 측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줘야 M&A 성사 가능성이 되살아난다.

삼일PwC는 일부 회생채권의 승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인수 후보들을 설득하고 있다. 다만 채권을 승계하는 건 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일부 채권의 출자 전환과 금리 인하 등 채무를 조정하는 협의도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 청산가치(3조7000억원)가 회생채권 규모(2조9000억원)보다 크긴 하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도 홈플러스를 파산하고 ‘빚잔치’를 벌이는 게 마냥 이로운 건 아니다. 홈플러스가 파산한 뒤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이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유암코를 등판시킬 채비를 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