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간 제한된 전장…경량형 AI개발이 관건"

입력 2025-11-30 18:20
수정 2025-12-01 08:04

“인공지능(AI) 시대의 전쟁은 데이터 경쟁이다. 더 질 높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이가 전장을 지배할 것이다.”

세바스티앵 파브르 사프랑.AI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프랑스 파리 현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AI가 위성·드론 영상 수천 장을 선별하고 인간이 그 결과를 분석하는 일이 미래 전장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브르 CEO가 꼽은 현대 전장 속 최대 난제는 ‘데이터 과잉’이다. 위성, 드론, 적외선, 레이더 등 다중 센서에서 쏟아지는 영상은 하루 수천 건에 달한다. 그는 “AI가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분석가가 주목해야 할 부분을 표시해줘야 한다”며 “예를 들어 ‘잠수함이 두 척 이상 나타나면 경보를 울려라’는 식의 임계값을 설정하면 시스템이 자동 탐지·분류해 지휘부 지도에 좌표를 표시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사프랑.AI의 경쟁력은 정밀 탐지 기술에 있다. 기종 단위로도 식별이 가능하다. 위장 도색, 구름·설원 같은 기만 환경에서도 오탐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응형 학습’을 반복한 결과다. 드론 영상의 흔들림과 압축 노이즈, 구름 그림자 등을 제거하고 좌표를 부여해 탐지·분류로 이어지는 전처리 과정이 중요하다. 파브르 CEO는 “데이터를 정제하고 보정하는 단계를 거쳐야 실제 작전 환경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략으로 그는 ‘프루갈(Frugal) AI’를 제시했다. 전력과 공간이 제한된 전장 환경에서도 실시간 작동하는 경량형 AI다. 파브르 CEO는 “앞으로 2~3년 내에는 이런 AI가 단순 탐지하는 것을 넘어 지휘관의 전술·작전 판단까지 보조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술은 민간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항공기 유지보수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은 산불 탐지, 해양 감시 등 민간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는 “민군 융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말했다.

파브르 CEO는 한국 시장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은 제조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데이터와 AI 활용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기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실제 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며 “그래야 무기를 비롯해 플랫폼까지 함께 수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리=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