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일본 히로시마 공장 투자 규모를 당초 5000억엔에서 1조5000억엔(약 14조원)으로 세 배로 늘린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이크론은 대만에서 D램을 주로 생산하는데,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되자 일본 생산 비중을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같은 내용을 30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히로시마 공장에 2019년 이후 처음 들어서는 새 제조용 시설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술에서 앞서가는 SK하이닉스를 쫓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회사지만 전체 D램의 60%가량을 대만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2013년 파산한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며 일본 메모리 생산시설을 확보했고, 지난해 히로시마에 5000억엔을 투자해 2027년까지 새로운 D램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이 일본에 투자하는 것은 생산시설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투자비 1조5000억엔 중 5000억엔은 일본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마이크론은 일본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올해 5월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처음으로 히로시마 공장에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마이크론 외에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등에도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 10조엔(약 94조원) 이상을 투입해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