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서학개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투자 금액을 늘리며 짭짤한 수익을 거뒀는데, 그만큼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부담도 커졌다. 국내주식과 달리 해외주식은 연간 250만원 이상 차익에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동안은 이 주식을 가족에게 증여하는 식으로 양도세를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세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는 물려받은 주식을 최소 1년간 보유해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마냥 증여만 하기엔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제는 여러 전략을 다양하게 검토해야 봐야 한다. 연말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앞두고 절세 시나리오별로 최종 세율을 따져보자.
서학개미, 美 주식 ‘45조원’ 베팅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305억8900만달러(약 45조원)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 순매수액의 세 배에 가깝다. 서학개미들은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가 조정을 보이자 저가 매수 심리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올해 이들의 수익률은 상당히 양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나스닥과 S&P500, 다우존스지수는 올 들어 각각 20%, 16%, 12% 올랐다. 여기에 올해 중반 13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근처까지 치솟은 영향으로 환차익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해외주식을 산다. 환율이 올라가면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
다만 서학개미 입장에서 환율이 오른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가 치솟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해외주식 양도세 추가 과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연말 매도 타이밍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금은 해외주식을 팔고 나면 기본공제(250만원)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산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양도세가 높아질 경우 올해 미리 매도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올해 해외주식 양도세 신고 대상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투자 규모를 감안할 때 20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한재혁 신한투자증권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환율 강세로 양도세를 더 많이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고객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매수와 매도 시점 환차익이 있으면 그만큼 과세하는 것은 맞지만, 해외주식 매도 후 달러 예수금에서 발생하는 환차익은 양도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도세 낮추는 꿀팁은양도세를 검토할 때는 보유한 모든 해외 종목의 손익을 따져보는 것이 좋다. 수익 난 종목만 매도했을 때는 과세 부담이 높지만 분할 매도, 손익 통산, 가족 증여 방법을 활용하면 세금을 낮출 수 있다. 예컨대 테슬라(1000만원)와 엔비디아(800만원), 팰런티어(500만원) 등 이익이 난 종목만 연말에 매도하면 양도차익은 총 2300만원으로 기본공제(250만원)를 제외하면 나머지 2050만원의 이익에 대해 총 451만원(세율 22% 적용)의 양도세가 발생한다. 하지만 손실이 난 코인베이스(-100만원)와 서클(-200만원)을 매도하면 양도차익이 2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서 250만원을 공제한 1750만원의 22%인 385만원을 세금으로 내게 돼 66만원을 아낄 수 있다. 분할 매도하는 방법도 있다. 테슬라와 팰런티어를 연말에 먼저 팔아 양도세 275만원(1500만원에서 250만원을 뺀 1250만원에 세율 22% 적용)을 확정하고, 이듬해 초 나머지를 처분해 55만원(500만원에서 250만원을 뺀 250만원에 세율 22% 적용)을 납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총 330만원의 양도세가 적용된다. 손실이 난 국내주식을 장외거래로 양도하는 방법도 있다. 장외에서 주식을 넘기면 해외주식과 손익 통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00만원 손실이 난 포스코홀딩스를 장외거래로 양도한다고 가정하면 최종 세금은 363만원(1900만원-250만원=1650만원X22%)이 된다.
가장 큰 절세 방법은 ‘가족(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증여’를 활용하는 것이다. 증여세는 10년간 미성년 자녀 2000만원(성년 자녀 5000만원), 배우자는 6억원까지 비과세된다. 한도 내 금액을 증여하면 양도세는 ‘0’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활용하려면 최소 1년 이후 주식을 매도해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해외주식은 증여일 전후 각각 2개월(총 4개월)의 평균가액을 취득가로 반영한다. 증여한 뒤 1년이 되기 전 주식을 팔면 증여한 이의 취득가액 기준으로 양도세가 부과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가족 증여에 유리한 주식으로 양도차익이 많이 나면서 주가가 올라갈 주식을 꼽는다. 증여 당시엔 주가가 낮아야 증여세 부담이 작다. 하지만 절세 혜택을 누리려면 최소 1년간 주식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이 탄탄한 종목이 적당하다는 얘기다.
연말 주식을 처분할 때는 날짜를 잘 고려해야 한다. 실제 매도일과 결제 처리일이 달라 최소 2거래일 전에 팔아야 그해 거래로 인정된다. 올해 국내 증시 휴장일은 12월 31일이다. 따라서 올해는 마지막 거래일인 30일의 2거래일 전인 12월 26일(금요일)까지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