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네이버에 부과한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위법해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2심 단계에서 일부 처분 사유가 인정됐지만, 대법원은 이마저도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네이버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에서 네이버가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2017년 8월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개편하면서 관련 정보를 자사 동영상 서비스인 네이버TV에만 제공하고 곰TV, 아프리카TV 등 경쟁 업체에 알리지 않은 것이 부당한 검색 결과 왜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TV 테마관'에서 서비스되는 영상에 검색 노출 순위와 직결되는 '관련도' 계산 시 무조건 가점이 부여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해 다른 동영상보다 상위에 노출시킨 것도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2021년 1월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낸 불복 소송을 심리한 서울고등법원은 알고리즘 개편 정보를 경쟁사에 알리지 않은 데 대한 공정위 처분은 부당했다고 봤지만, 가점 부여 관련해선 타당했다고 판단했다. 네이버TV 테마관 영상이 "실제 또는 경쟁 제품보다 현저히 우수하다고 고객이 오인하게 만들어" 공정거래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는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라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가점 부여 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의 경우 "산정이 불가하다"는 이유를 들어 과징금 납부 명령은 모두 취소했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네이버가 온라인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자사 제공 서비스 또는 동영상을 항상 다른 사업자의 것과 동등하게 대우할 의무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대법원은 "원고(네이버)는 동영상 검색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판단과 영업전략을 반영해 상품정보의 노출 여부와 순위를 결정하는 검색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다"며 "이런 구체적 가치판단과 영업전략까지 소비자나 외부에 공지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검색 알고리즘이 위계나 기만행위에 해당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위법성이 인정되는 것이지, 네이버TV 테마관 동영상에 검색가중치를 부여하는 알고리즘만으로 곧바로 위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네이버는 자사 제공 동영상 중에서도 네이버TV 테마관 동영상에만 가점을 부여했고, 해당 동영상의 경우 다른 동영상과 달리 추가적인 내부 심사를 거쳐 게재를 허용했다"며 "이처럼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동영상에 대해 가점을 부여한 데는 그 나름의 합리성 또는 소비자 편익의 증진 가능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현저히 우량 또는 유리한 것으로의 오인' 요건도 이번 사건에선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는 동영상을 현저히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리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고 동영상의 현저한 우위 또는 경쟁 사업자 동영상의 현저한 열위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존재한다거나 그런 인식이 검색 결과 순위와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노출 순위보다 영상의 제목, 썸네일, 내용 등이 더 중요한 요소라는 네이버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은 "가점부여 행위로 고객의 합리적인 동영상 선택이나 그 시청이 저해됐다거나, 다수 고객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볼 우려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원심이 적법이라 판단한 시정명령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앞서 대법원은 쇼핑 서비스 알고리즘 조작을 이유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서도 "알고리즘 조정·변경 자체는 정상적 영업활동에 속하므로 그 자체만으로 경쟁 제한 의도를 추측해 판단할 수 없다"며 네이버가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