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을 복제하는 기계 장치인 '오토펜'을 사용해 서명한 모든 행정명령을 무효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SNS에 “자동 서명기를 통해 바이든이 서명한 모든 문서는 이에 따라 효력을 상실하며,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나는 이에 따라 모든 행정 명령과 부정한 조 바이든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모든 것을 취소한다"면서 "자동 서명기를 운영한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그렇게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 바이든은 오토펜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만약 그가 관여했다고 주장한다면 위증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CBS는 미국 대통령 프로젝트를 인용해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0년 1월~2024년 1월 재임 기간 동안 16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 중 몇 건이 오토펜을 사용해 서명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대통령이 전임자의 지시를 철회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CBS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바이든의 행정명령 수십 건을 철회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하자마자 바이든의 행정명령 약 70건을 철회했으며, 지난 3월14일에는 추가 19건을 철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에 바이든 행정부가 사면 같은 대통령 문서에 자동 서명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 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그는 “바이든의 인지 능력 저하를 숨기기 위해 자동 서명기를 이용해 대통령 서명 권한을 남용하려는 음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말 하원의 하원 감독 및 정부 개혁 위원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적, 신체적 능력 저하와 그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후 바이든 오토펜 대통령직(The Biden Autopen Presidency)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 중 하나로 평가되며, 대통령의 인지 능력 저하가 은폐되었고, 대통령 자신이 모든 행정 결정을 내렸다는 기록이 없다고 주장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백악관의 내부 직원들이 바이든 정부에서 오토펜 사용과 허술한 명령 계통 정책을 남용하여 실제로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는지에 대한 문서화 없이 행정 조치를 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원회는 내부 그룹이 대통령 대신 정부를 운영하기 위해 그의 쇠퇴를 은폐하려는 동기(재정적, 정치적)와 기회를 모두 가졌다고 결론지었다. 위원회는 대통령의 승인을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하고 동시대적인 서면 승인이 없는 오토펜 서명 행정 조치들은 무효라고 간주하며, 법무부에 모든 행정 조치, 특히 사면 조치에 대한 조사를 권고했다.
그러나 제프 지언츠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여러 관계자의 증언을 포함하고 있는 이 보고서에서 보좌진이 대통령의 몰래 법안이나 기타 지침에 서명하도록 '공모'했다는 분명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지언츠 전 실장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지능력이 실제로 쇠퇴했다는 점, 그리고 바이든 전 대통령이 '구두로' 지시를 내린 적이 있으며 문서화가 되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점, 1월19일 헌터 바이든 등에 대한 사면 과정이 문서화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 등을 위원회에 증언했으나 이것이 실제로 이 조치가 법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또 오토펜을 이용한 사면이나 행정조치가 특별히 문제가 되어야 하는 법적 근거도 없다.
이런 주장이 처음 시작된 것은 보수 진영의 헤리티지 재단의 ‘오버사이트 프로젝트’다. 이후 이는 “오토펜 스캔들”이라는 명칭으로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바이든 전 대통령이 오토펜을 남용했으며 법적 효력이 의문시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주의를 돌리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미국 대통령들은 그간 모든 문서에 서명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토펜을 이용하곤 했다. PBS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비서가 대신 문서에 서명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법무부는 대통령이 법안을 법으로 서명하기 위해 오토펜을 사용하는 것이 합법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도 오토펜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매우 중요하지 않은 서류에만 사용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