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거래 플랫폼이 마비되면서 국내에서 거래되는 일부 상장지수펀드(ETF)도 '깜깜이 거래'에 노출됐다. 선물 가격 산출이 중단돼 투자자들이 정확한 자산가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ETF가 거래됐다. 유동성공급자(LP)가 손해를 피하기위해 호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면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ME 선물 기반 ETF를 보유중인 자산운용사들은 이 날 오후 'ETF 기타시장안내' 공시를 통해 "오후 12시 12분부터 기초지수 수신이 되지 않아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iNAV) 산출에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며 "추정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율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공시를 한 ETF는 총 26개다. S&P500 선물, 골드 선물, 미국채 선물, 원유 선물 등 CME에서 거래되는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가 모두 영향을 받았다.
CME 그룹 데이터센터에서 냉각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시스템이 마비된 게 문제의 원인이었다. CME에서 거래되는 주식, 원유(WTI), 금, 구리, 농산물 등 선물 거래가 중단되면서 이들 선물 가격을 따라가는 ETF의 추정 순자산가치(iNAV) 산출도 중단됐다. iNAV는 ETF가 담고있는 자산의 실제 가치가 실시간으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추정하는 지표다. ETF에 호가를 댈 의무가 있는 유동성 공급자(LP)들은 이를 참고해 ETF에 적정 호가를 제시한다. 투자자들도 iNAV를 참고해 ETF가 실제 가치에 맞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iNAV 산출이 중단되면서 CME 선물 기반 ETF들은 적정 가격을 알지 못하는 채 거래됐다. ETF 투자자와 LP 모두 '깜깜이 거래'를 이어간 셈이다. A 자산운용사 임원은 "오후에 일시적으로 LP들이 호가를 대지 않거나, 평소보다 호가 폭(스프레드)을 넓혀 호가를 제시한 사례가 많았다"며 "LP들이 거래가 정지되기 전 가격에 준해서 호가를 제시했기 때문에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LP가 보수적으로 호가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ETF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ETF 매수하거나, 싼 가격에 매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S&P500 ETF 등 현물 기반으로 운용되는 ETF 가격도 영향을 받았다. 기초자산이 해외인 ETF의 LP는 해외 증시가 거래되지 않는 시간대에는 선물 가격을 참고해 내부적으로 계산한 적정 가격에 따라 호가를 제시한다. 그런데 선물거래가 중지되면서 참고할만한 지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B 자산운용사 임원은 "미국 증시가 추수감사절로 휴장해 거래가 적은 상황이라 시장이 정상화된 뒤에도 가격이 크게 변동할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CME 거래가 정상화 된 이후에야 LP와 ETF 투자자의 손해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