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옛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에서 YTN의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한 것은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어 취소돼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미통위의 본질을 거스른 처분이란 이유에서다. ◇“2인 체제, 합의제 본질에 맞지 않아”
서울행정법원 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28일 YTN 우리사주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방미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노조는 원고 적격이 인정되지 않았으나 우리사주조합이 청구한 부분에 한정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방미통위는 작년 2월 유진기업과 동양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2022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공공기관 혁신 계획의 일환으로 YTN 민영화가 추진됐고, 공기업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30.95%가 2023년 10월 유진이엔티로 넘어간 상태였다.
YTN 우리사주조합은 방미통위가 의결 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한 것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처분 당시 방미통위는 김홍일 위원장, 이상인 부위원장 등 2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방미통위가 법이 정한 위원 정원 5인 중 3인이 결원인 상태에서 2인의 위원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의결한 것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법원은 방미통위법이 방미통위 구성과 관련해 “정치적 다원성을 반영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구현되도록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방미통위의 존재 의의이자 목표인 방송의 자유, 공공성 등을 실현하기 위해선 다원성에 기반한 합의의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런 취지를 고려해 “방미통위의 주요 의사결정은 총원 5인을 원칙으로 하되, 적어도 최소 3인 이상의 위원이 참여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은 투표 그 자체가 아니라 다양한 배경과 관점,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의 상호 토론과 설득, 숙의를 통해 의사를 형성하는 데 있다”며 “재적위원이 정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인뿐이라면 이런 기능이 구조적으로 구현되기 어렵고, 합의제의 본질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야 반응 갈려유진그룹은 법원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담당 임원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그룹 관계자는 “유진그룹은 본 소송의 보조 참가인으로서 자체 항소를 할 수 있다”며 “법원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방미통위의 입장을 들어본 뒤 항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미통위는 “판결문이 송부돼 오면 검토해 보겠다”며 항소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YTN 노조는 “방미통위를 즉시 정상화하고 유진그룹의 최다액출자자 자격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2022년 10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태를 계기로 이뤄진 검찰 수사 이후 방미통위는 의결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장기간 ‘식물’ 상태가 지속돼 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1년 넘게 5인 체제 복원을 막았고, 법원은 그 핑계를 들어 엉뚱한 결론을 냈다”며 “상고심에서 다시 따져야 한다. YTN을 다시 공기업 소유로 돌려선 안 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위법에 대한 사법부의 경종은 사필귀정으로, YTN 공공성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서우/은정진/최형창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