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으로 만든 생활가전으로 매출 2조 앞둔 이 기업 [원종환의 中企줌인]

입력 2025-11-29 06:00
수정 2025-12-01 13:53

“최고의 밥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다른 가전에서도 최고여야 한다.”

구본학 쿠쿠홈시스 대표 겸 쿠쿠홀딩스 이사가 올해 연 매출 2조 1000억원을 그룹 목표로 내세우며 유지해 온 회사의 기조다.

밥솥의 대명사로 유명한 쿠쿠는 세탁기와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렌털사업을 늘리며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26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위닉스나 동부, 한경희생활과학 등 한 시대를 풍미하고 스러진 가전기업과는 달리 꾸준한 실적으로 생활가전 전문 기업으로 체급을 한층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밥심' 앞세운 브랜드로 소비자 락인쿠쿠는 올 3분기에 누적 기준 매출 1조 5350억원, 영업이익 2033억원을 기록했다. 렌털·생활가전 사업에 주력하는 쿠쿠홈시스와 가전제품 제조사 쿠쿠전자를 자회사로 둔 쿠쿠홀딩스의 실적을 더한 값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33% 늘어난 수치다.

검증된 밥솥 품질을 앞세운 브랜드 파워로 다른 가전제품도 ‘믿고 쓰는 가전’으로 이미지를 굳힌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쿠쿠는 온도를 빠르게 올린 뒤 균일하게 유지는 ‘인덕션 히팅(IH) 가열’ 기술로 밥솥 시장의 70%를 점유해 왔다.


이 기술을 응용해 제조한 인덕션과 전자레인지는 각각 3분기 연평균 성장률이 14%, 62% 뛰면서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제품으로 거듭났다. 에어프라이어는 같은 기간 가장 큰 성장폭인 118%를 기록했다.

이외에 매트리스, 김치냉장고, 세탁기 등 비가열 제품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활용해 가짓수를 늘렸다. 이달 기준 쿠쿠의 제품군은 약 50여 개에 달한다. 각 제품군을 다루는 애프터서비스(A/S) 망도 탄탄하다. 전국 126개 지점에서 제품 불량을 신속히 처리하는 체계를 갖췄다.

단번에 생활가전을 구매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겨냥한 ‘구독형 상품’을 내놓는 데 발빠르게 준비해 사세를 키우기도 했다. 쿠쿠는 2010년 정수기를 앞세워 렌털 사업을 본격화했다. 전국에 깔린 쿠쿠 조직망을 활용해 대기업이 아니면 해내기 어려운 서비스 체계를 빠르게 갖췄다. 지난 8월엔 코웨이에 이어 누적 렌탈 계정 수 300만 개를 넘겼다.


이외에 상품을 넘어 구독형 서비스로 소비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압력 패킹이나 정수기 필터 등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생활가전 부품을 제때 교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넓히고 있는 게 한 예”라며 “제품의 고유 생산 번호를 몰라도 호환되는 맞춤형 부품을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남 양산과 경기 시흥에 있는 공장 가동률은 90%에 달한다다. 회사 관계자는 “추후 여건에 따라 라인 증설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로 공급 포화 상태”라며 “이런 성과를 토대로 밥솥을 제외한 가전제품의 전체 매출 비중은 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코웨이 제치고 말레이시아서 IPO
국내에서 기른 기초 체력으로 동남아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5년 진출한 말레이시아 법인 ‘쿠쿠인터내셔널 버하드’는 지난 7월 현지 렌털시장 점유율 1위인 코웨이보다 먼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약 23%인 점유율을 끌어올려 업계 1위인 코웨이의 아성을 깨겠다는 게 목표다. 코웨이의 시장 점유율은 30~40%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상장으로 확보한 5000억원으로 현지 마케팅을 늘리고 유통 공급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엔 매장 7곳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태국의 대형 유통기업인 ‘CP AXTRA(씨피 악스트라)’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현지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몽골에서는 전년 대비 매출이 250% 늘어났다.

지난 9일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도 4년 만에 복귀해 제품군을 50개 선보였다. 2021년(21개)보다 두배를 웃도는 수치다. 현재 쿠쿠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중장기적으로 해외 법인을 추가로 세워 시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쿠쿠의 실적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선 쿠쿠의 올해 연 매출이 최초로 2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실적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 누적 실적이 지난해를 크게 앞섰다”며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