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역에서 차를 타고 1시간을 달렸다. 서울 외곽을 나온 지 얼마 안돼 도착한 곳은 공공분양 단지가 조성 중인 경기 남양주였다. 바로 옆 대형마트 옥상으로 올라가자 드넓은 벌판이 눈앞에 들어왔다. 남양주진접 공사 현장이었다.
“진접2지구는 5개 블록이 이미 착공을 했고, B1블록과 A3블록은 다음달 본청약이 예정돼 있습니다.” 전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남양주사업본부 단지조성1팀장은 옥상에서 직접 블록별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정확히 3년 뒤인 2028년 12월에는 모든 현장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뒤바뀐다. 9884가구 규모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보다도 큰 규모다.
단지 바로 앞이 대형마트로 생활 인프라는 이미 완성된 상태다. 여기에 서울 접근성은 더 좋아질 예정이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이 남양주와 서울, 인천을 잇게 된다. 노선이 개통되면 서울 한복판까지 20분대 이동도 가능해진다. 서울지하철 4호선과 9호선 연장선도 입주민의 발이 될 예정이다. 다른 수도권 3기 신도시 중에서도 서울 접근성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바로 옆 남양주왕숙 1공구 현장도 주택공급을 위한 기초 작업이 한창이었다. 남양주왕숙은 3기 신도시 중에서도 6만394가구가 들어서는 최대 규모 신도시다. 현재 6개 공구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1공구는 5개 블록이 아파트 착공에 들어가며 빠르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수도권 주택공급 속도전을 예고했다. 현장에서는 속도뿐만 아니라 안전까지 모두 챙기는 모습이었다. 대표적으로 3기 신도시 최초로 현장 근로자를 위한 안전보건센터 건설이 한창이었다. 박균국 LH 남양주왕숙 1공구 현장소장은 “장비 간 충돌 사고 방지를 위해 운반로를 별도로 지정하는 등 안전에 신경쓰고 있다”며 “2층 규모의 근로자 안전보건센터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향후 완성될 공공분양 주택의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별내동에 마련된 LH 주택전시관에는 타입별 공공분양 내부를 눈으로 볼 수 있다. 견본주택에 들어가자 서울 내 민간 분양단지 못지 않은 설계와 마감이 눈에 들어왔다. 현관에는 대형 평형에서 볼 수 있던 팬트리가 마련돼 있었다.
거실 역시 발코니 확장이 적용돼 넓은 느낌을 줬다. 2.4m 높이로 조성된 우물형 천정 등 젊은 실수요자가 원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다수 적용됐다. 전용면적 55㎡라는 설명에도 관람객 다수가 “넓다”는 반응이었다.
견본주택으로 확인한 왕숙지구 A24블록과 B17블록의 분양가는 더 놀라웠다.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3.3㎡당 1880만원이다. 전용면적 55㎡의 분양가는 4억6000만원, 전용면적 74㎡의 분양가는 5억6000만원대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 역시 6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최근 공급한 주변 민간 분양단지의 시세가 최대 11억원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다.
LH는 서울에 직장을 갖고 있는 젊은 부부 실수요자 등을 겨냥한 가격과 설계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김정은 LH 경기북부지역본부 주택판매2팀장은 "최근 10년간 남양주시는 서울로부터 약 11만명이 순유입됐다”며 "올해 남양주 공공분양 청약 신청자의 41%인 약 2만6000명이 서울 거주자”라고 설명했다.
남양주에서는 내년에도 공공분양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박은정 LH 경기북부지역본부 차장은 “남양주왕숙은 최초 공급 당시 청약 경쟁률이 최대 71대1을 기록하는 등 무주택 실수요자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며 “우수한 입지에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본청약률은 인근 지역보다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