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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순유출된 금액은 약 36억8790만달러(약 5조3928억원)에 달했다.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순유출액이다. 비트코인이 22.5% 급락했던 지난 2월(35억6040만달러)의 순유출 금액을 뛰어넘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 가운데 가장 순자산이 큰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서만 이 기간 23억5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피델리티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FBTC·-6억5494만달러) '아크 21셰어즈 비트코인'(ARKB·-2억3158만달러)에서도 뭉칫돈이 유출됐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해 1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후 비트코인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 주로 기관과 법인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주 수요층인데, 이들이 ETF를 대거 사들이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투자수익도 불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트코인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주체가 개인에서 기관으로 뒤바뀐 것이다.
외환거래플랫폼 엑스에스닷컴의 린 트란 분석가는 "올해 상반기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비트코인의 사상 최고치를 달성을 견인했는데 최근 기관의 자본 유입이 지속적인 유출로 반전되면서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0X리서치의 마커스 틸렌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의 대규모 순유출은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신규 자금 투입을 중단했음을 의미한다"며 "이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한 비트코인이 버티거나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씨티 리서치는 비트코인 ETF의 자금 유출입과 비트코인의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평균 10억달러가 인출될 때마다 가격이 약 3.4%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10억달러가 유입될 때는 이 정도 폭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의 향방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12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84.9%다. 일주일 전(39.1%)에 비해 급격하게 높아졌다.
블록체인 데이터분석업에 난센의 니콜라이 손더가르드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ETF 자금 유입 또는 기업들의 매수 재개가 시장 반전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