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컨설팅 역량 키우는 로펌…서비스 최고는 율촌[2025 대한민국 로펌&로이어]

입력 2025-11-28 08:12
수정 2025-11-28 08:25
[2025 대한민국 로펌&로이어]


로펌은 법률 ‘서비스’를 판다. 지식을 상품화한 ‘서비스 경쟁력’은 로펌의 필수 역량이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하고 골치 아픈 송사 과정을 대신 해결하며 고객을 법적 문제에서 구조해내는 것이 로펌의 존재 이유다. 복잡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신뢰를 쌓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내는 시너지야말로 로펌의 진정한 역량을 보여주는 척도다.

‘2025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서비스 평가에서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법무법인 세종에 1위 자리를 내줬으나 올해 재탈환에 성공했다. 로펌들과 함께 일하는 사내변호사들이 직접 선택한 결과다.

한경비즈니스는 올해 로펌 서비스를 총 7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소송비용의 합리성’, ‘담당 변호사의 친절도’, ‘담당 변호사의 전문성’, ‘수임 업무에 대한 적극성 및 책임감’, ‘법률 사무원의 성실성’, ‘업무의 신속성’ 등 6개 항목에 추가로 ‘재선임 의사가 있는 로펌’을 적어내도록 했다.

로펌은 결국 인적자원을 판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로펌이라도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경쟁사들에 고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올해 조사에서 율촌은 '담당 변호사의 전문성'을 제외한 6개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상 재탈환한 율촌법무법인 율촌은 1997년 창립 이래 단 한 해의 역성장도 없이 매년 10~12% 안팎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사람과 가치를 존중하는 로펌’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에도 집중한 결과다.

율촌은 뛰어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매년 인재 발굴에 큰 힘을 쏟고 있다. 뛰어난 구성원들을 앞세운 정확한 자문이 로펌에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서비스 요소라는 판단에서다. 율촌 관계자는 “매년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율촌은 올해 새 정부의 정책 변화와 입법 과제에 보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공공정책 및 형사·통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주요 인사들을 영입했다.

조남관 전 대검찰청 차장을 영입해 형사팀의 역량을 강화했다. 조 변호사는 청와대, 법무부, 대검찰청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형사 분야 최고 전문가다.

또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통상산업전문팀 고문으로 영입해 산업·통상 분야 대응력을 높였으며 최성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 최용선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각각 수석전문위원으로 합류시켜 공공정책 및 국정과제 대응 역량을 보강했다.

공들여 영입한 인재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율촌은 지난 2020년 국내 로펌 중 최초로 영상 기반 법률 콘텐츠 플랫폼인 율촌 온라인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전문가 대상 어학 강좌, 외부 전문가 초청 강의, 고객사 사내변호사 교육, 전 임직원 교양·문화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로펌 쏠림 현상 이어져
법무법인 세종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담당 변호사의 전문성’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2위를 차지한 세종은 율촌에 간발의 차이로 밀렸다.

1위는 빼앗겼으나 세종은 업계에서 가장 서비스에 신경 쓰는 로펌으로 소문날 만큼 고객 만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세종은 고객 만족이라는 원칙을 조직 전반에 깊이 내재화하고자 지난해부터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를 앞세워 서비스 강화를 위해 실행해야 할 과제들을 발굴하고 있다.

세종은 ‘넘버원 챌린지(No.1 Challenge)’라는 이름 아래 한 시간 내 응답, 하루 전 완료,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사내 표준으로 정착시키기도 했다. 또 고객 피드백·만족도 조사와 서비스 차별화 TF도 운영 중이다.

세종의 실적이 크게 오른 것도 이런 서비스 강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종의 성장은 수치로 입증된다. 2020년 226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698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올해도 전반적인 시장 둔화 속에서도 핵심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창립 이래 최고인 연매출 40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수상은 김앤장 몫으로 돌아갔다. 고객에게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김앤장의 전략은 지속적인 전문화·대형화다. 김앤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변호사와 전문인력이 소속됐다. 변호사와 외국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을 모두 합친 수는 2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김앤장의 최대 강점이자 지속적인 성장 비결이다.

전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김앤장은 올해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법률 시장에 기민하게 대처하고자 상법개정TF, 트럼프 2기 통상규제 대응TF, 노동정책TF 등을 운영했다. 고객의 요구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전문성에 이어 서비스 평가에서도 대형로펌 쏠림 현상은 이어졌다. 예측이 어려운 글로벌 변수에 대응하고 수요자들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투입은 필수다.

5위 법무법인 광장, 6위 법무법인 화우, 7위 법무법인 지평 등 전통의 강자들이 일제히 순위권에 들며 수많은 인재들을 보유한 대형로펌을 선호하는 성향이 더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