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12·3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야권에서는 추 의원이 구속되면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대대적인 정치 이벤트를 기획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野 불참 속 체포동의안 가결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표결에서 재석 180명 중 찬성은 172명이었고, 반대 4명, 기권 2명, 무효 2명 등이었다.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내란특검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은 추 의원이 당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바꿔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추 의원은 표결 전 신상발언에서 “특검은 제가 언제 누구와 계엄에 공모, 가담했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원내대표로서 통상적 활동과 발언을 억지로 꿰맞춰 영장을 창작했다”며 “정권은 전대미문의 세 개 특검을 동시에 가동하면서 국민의힘을 탄압, 말살하기 위한 정략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동의안이 처리됨에 따라 추 의원에 대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는 불가피해졌다. 이르면 이달 말에서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심사 기일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비상계엄 1년에 맞춰 추 의원이 구속되는 모양새를 만들려고 체포동의안 처리 날짜를 조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쇄신해야” vs “위기 대응 먼저”만약 추 의원의 영장이 발부되면 당 차원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게 야당 판단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가 직접 계엄에 연관됐다는 명목으로 민주당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란 정당 프레임을 끌고 가며 정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원들이 심판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외에 김건희 특검, 해병대원 특검 등 국민의힘을 겨냥한 특검이 전방위로 돌아가고 있어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게 야당 의원들의 생각이다.
다만 당의 대응 방식을 두고는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다음달 3일 계엄 1년을 계기로 전환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는 모습을 보여야 내년 지선을 앞두고 중도 외연 확장이 가능해진다”며 “더 이상 내란 프레임으로 민주당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완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선 의원 공부 모임인 ‘대안과 책임’ 소속 의원들은 지도부 차원의 사과가 없으면 별도 대국민 사과나 성명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면 지도부는 우선 추 의원 영장 발부 여부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위기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층만 떨어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인사는 섣불리 계엄 관련 메시지를 내고 사과할 경우 내란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도부 한 관계자는 “계엄 1년이 되는 12월 3일은 장동혁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며 “당심과 민심 사이의 딜레마가 있겠지만 적절한 메시지 수위를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원내 부대표단을 통해 107명 의원 전원에게 계엄 사과 여부와 방식 등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소람/정상원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