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경진섬유 리파이낸싱 ‘흥행’…'MBK 딜' 경색 국면 해제

입력 2025-11-27 17:36
이 기사는 11월 27일 17: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동진섬유 및 경진섬유 리파이낸싱(차환)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홈플러스 사태로 한동안 인수금융 시장에서 MBK 딜을 꺼려했지만 동진·경진섬유 리파이낸싱에선 주선기관이 경쟁적으로 달려들면서 흥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5500억원 규모의 동진·경진섬유의 리파이낸싱을 마무리 중이다. 주선기관들의 투자확약서(LOC)가 모두 제출되면서 구조 조율이 끝났고, 내달 말 자금 납입만 남아있다.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 등 4곳이 주선사로 참여했으며 금리는 연 5% 초반대다.

5500억원의 리파이낸싱 가운데 약 1000억원 규모의 리캡(자본재조정)도 포함됐다. 리캡은 실적이 좋아진 회사가 더 낮은 금리로 다시 대출을 받으며 생긴 여유 자금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회사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았는데도 펀드 출자자(LP)에게 일부 현금을 먼저 돌려주게 되는 셈이다.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가 냉랭해지자 인수금융 시장을 중심으로 ‘MBK 딜’을 기피하려는 기류가 있었다. MBK가 추진하는 거래는 한동안 조심스레 접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동진·경진섬유는 견조한 실적과 현금흐름이 뒷받침되면서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상쇄했다. 특히 러닝 열풍과 글로벌 스포츠 시장 확장세가 맞물리며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인수금융 주선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후문이다. 동진·경진섬유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2552억원, 영업이익은 720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 2047억원, 영업이익 521억원과 비교하면 매출과 이익이 모두 1년 만에 뚜렷하게 증가한 셈이다.

동진섬유는 1968년 부산에서 설립된 신발 원단 제조업체로, 국내 신발 섬유 분야 1위로 꼽힌다. 기존 오너였던 최우철 회장은 2022년 보유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했고, 이어 그의 아들 최원석 이사가 소유하던 경진섬유 역시 함께 인수됐다. 총 인수금액은 약 8000억원 규모다.

동진·경진섬유를 인수한 MBK파트너스의 5호 블라인드 펀드는 약 65억달러(약 8조원) 규모로, 헬스케어(메디트·오스템임플란트·지오영),, 디지털커머스(커넥트웨이브), 제조·소비재(동진·경진섬유) 등의 포트폴리오가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MBK 이슈에도 불구하고 동진·경진섬유는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선기관 모집이 빠르게 이뤄졌다”며 “조달 금리를 낮춰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리캡을 통해 LP들에게 일부 자금을 조기 환원할 수 있게 된 점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