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 4명을 전원 용퇴시키고 헤드쿼터(HQ) 체제를 폐지했다. 그룹 컨트롤타워를 해체하고 각 계열사 대표와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 11월 26일자 A15면 참조, 인사명단 A33면
롯데는 26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6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유통·건설·화학·식품 등에서 최고경영자(CEO) 20명을 교체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이영구 식품군 부회장, 김상현 유통군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등 부회장 전원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9년간 유지해온 비즈니스유닛(BU)·HQ 사업총괄 체제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완전히 사라진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롯데지주는 ‘실무형 지주사’로 재편했다. 재무혁신실장을 맡아온 고정욱 사장과 경영혁신실장인 노준형 사장이 공동 대표로 내정됐다. 두 대표는 각각 재무·경영관리와 전략·기획을 나눠 맡아 계열사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직접 챙긴다. 화학군은 HQ 대신에 PSO(Portfolio Strategy Office)를 둬 전략·조정 기능만 최소한으로 남겼다.
계열사 경영진은 젊은 실무형 CEO 중심으로 재편했다. 롯데백화점 새 대표에 1975년생 정현석 롯데아울렛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내정했다. 롯데마트·슈퍼 대표에는 롯데GRS 대표인 차우철 사장을 선임했다. 롯데건설 대표는 부동산 개발과 재무 안정화에 관여해온 오일근 부사장이 맡는다. 신규 임원은 80명대 초반 규모로 전년보다 늘었지만, 60대 이상 임원 절반이 물러나면서 전체 조직은 슬림해졌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