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경닦이' 파리서 인기 폭발…270억 초대박 났다는데 [원종환의 中企줌인]

입력 2025-11-27 06:00
수정 2025-11-27 06:19


초극세사는 머리카락 1000분의 1 굵기의 부드러운 실이다. 물체 표면적에 닿아도 섬유가 부드럽게 휘어 흠집을 내지 않아 안경 닦이나 마스크, 차량 내장재 등에 주로 쓰인다.

초극세사 전문 기업인 씨엠에이글로벌은 ‘안경 닦이’로 전 세계 주요 예술관을 사로잡은 회사다. 이 회사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영국 대영미술관 등에 명화 디자인을 입힌 안경 닦이를 납품하고 있다. 이외에 파리 샹젤리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면세점에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만난 김영선 씨엠에이글로벌 대표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인 제품이 K굿즈로 주목받으며 거래처가 2000곳 가까이 늘어났다”며 “섬유 산업의 본고장인 대구를 대표하는 수출 기업으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이스, 젠틀몬스터 등이 고객사

비상장사인 씨엠에이글로벌은 니콘과 자이스, 젠틀몬스터, 와비파커 등 전 세계 100여개국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통상 평균 가격보다 3분의 1가량 저렴한 중국산과 달리 고품질을 앞세워 협력사의 선택을 받았다.

주력 제품인 안경 닦이는 대구 본사에서 한 달에 약 700만 장을 생산한다. 김 대표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염색을 제외한 생산 공정을 모두 국내 자체 공장에서 소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안경사에서도 자국 제품이 아닌 우리 안경 닦이를 꾸준히 사용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전체 매출의 80%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안경 닦이가 덤이 아닌 ‘제품’으로 알려져 시장 진출에 수월하다는 점이 비결로 꼽힌다. 김 대표는 “국내와 달리 해외는 안경 닦이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소모품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통상 제품 가격이 5000~1만원 사이로 형성돼 있어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게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신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연구개발(R&D)도 활발하다. 2018년과 2021년에 각각 김 서림을 방지하는 안경 닦이와 세척 용액을 개발한 게 한 예다. 2014년 유럽에서 안경 닦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데 이어 2023년에는 미국에서도 관련 인증을 얻었다.

김 대표는 “땅에 묻으면 썩어 없어지거나 페트병을 원료로 만든 안경 닦이 등이 현지에서 잘 팔리고 있다”며 “바다에서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스레 썩어 없어지는 제품도 현재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는 오·폐수를 발생하는 가성소다 없이 물로만 염색을 할 수 있는 기술을 협력 업체에 지원하기도 했다. 굿즈 사업도 승승장구
최근에는 가방이나 수건, 담요 등에 이미지를 입힌 굿즈 사업도 넓혀가고 있다. 캐릭터 회사 산리오뿐만 아니라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등의 야구단과도 협업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지를 실제로 제품에 구현하는 인쇄 능력을 강점으로 앞세워 여러 디자인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 안경회사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한 김 대표는 안경 닦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2010년 회사를 차렸다. 김 대표는 “당시 고품질의 일본산 제품과 양산 위주의 중국산 제품 사이에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갖춘 제품 문의가 많았다”며 “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없다는 점을 기회로 보고 창업해 사세를 키워나갔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면서 회사의 실적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7억원, 27억원에 달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70억원이다. 그는 “2030년까지 연 매출 500억원을 올리는 게 중장기적인 목표”라며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