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흔들릴 때도 돈 벌었다…'방어형 ETF'에 뭉칫돈

입력 2025-11-26 17:41
수정 2025-12-04 16:12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국내외 증시가 요동쳤지만 주가 하락을 방어하도록 설계된 구조화 상장지수펀드(ETF)는 오히려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승장을 일부 따라가면서도 하락폭을 제한하는 ‘중위험·중수익’ 전략이 변동성 장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락장 대비 ‘보험’ 드는 ETF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는 이달(11월 3~25일) 들어 1.1% 올랐다. ‘KIWOOM 미국대형주500월간목표헤지액티브’도 같은 기간 1.97% 상승했다. 각각 미국 뉴욕증시의 대표 지수인 나스닥100과 S&P500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 주요 종목의 주가가 이달 초부터 큰 폭의 조정을 거치며 나스닥100(-3.67%)과 S&P500(-1.25%)지수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이들 ETF는 모두 수익을 냈다.

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는 주식과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팔 권리)을 동시에 매수해 주가가 특정 가격 밑으로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프로텍티브풋’ 전략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하락장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는 구조다. 다만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다소 제한된다. 지난달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가 약 7.5% 올랐지만,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는 6% 상승하는 데 그쳤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최근과 같이 급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환경에선 낙폭을 제한하는 게 장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하다”며 “흔들리는 장세에도 안심하고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옵션 매매를 통해 일정 수준까지 손실을 완충해 주는 버퍼형 ETF도 시장 대표 지수형 ETF를 초과하는 수익을 냈다. 10%가량의 손실을 보전해 주되 상승폭을 ETF 상장일 대비 15% 정도로 제한하는 게 특징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상품이 유일하다. 지난 3월 상장된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는 이달 들어 3.09% 올랐고, ‘KODEX 미국S&P500버퍼6월액티브’는 2.84% 상승했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S&P500’은 0.94% 오르는 데 그쳤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강세장에서 소외됐던 중위험·중수익 ETF의 방어력이 입증되면서 개인들 자금이 서서히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커버드콜 분배금으로 손실 방어기초자산에 대한 콜옵션(살 권리)을 팔아 분배금을 받는 커버드콜 ETF를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옵션 매도에 따른 프리미엄(수수료)이 지급되기 때문에 기초자산(주가)이 하락해도 손실 위험을 일부 상쇄할 수 있어서다. 특히 코스피지수를 따라가는 커버드콜로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띈다. 지수가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코스피200지수 상승분을 일부 따라가면서 연 10% 이상의 분배금까지 챙길 수 있는 상품이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개 ETF 중 커버드콜 상품이 3개 포함됐다.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의 이 기간 순유입액은 359억원에 달했다. 전체 1000여 개 ETF 중 여섯 번째로 큰 순매수 규모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주 단위 콜옵션 매도를 통해 연간 15% 수준의 옵션 프리미엄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과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에도 각각 289억원(7위), 184억원(10위)의 순매수 자금이 유입됐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