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관련주가 국내 증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메타가 구글의 인공지능(AI) 칩을 채택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엔비디아 밸류체인 종목은 오랫동안 공고했던 글로벌 AI 칩 시장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약세를 보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이날 0.64% 오른 14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24.32% 급등했다. 이수페타시스는 구글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점유율을 40%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인 ISC와 부품사 리노공업도 각각 30.87%, 11.79% 상승했다.
반면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으로 둔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6.26% 하락했다. 하나마이크론(-18%), 원익홀딩스(-6.75%) 등 반도체 후공정 업체 주가도 부진했다. 하나마이크론의 최대 고객사는 SK하이닉스이며, 원익홀딩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장비와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HBM과 AI 가속기 수급 동향에 따라 투자심리가 갈릴 수밖에 없다.
이들의 희비를 가른 것은 구글의 새 AI 모델 ‘제미나이 3’다. 이 모델은 오픈AI의 ‘챗GPT’와 견줄 만한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구글은 엔비디아의 GPU 없이도 고성능 AI 모델과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인 ‘나노 바나나 프로’를 개발했다. 엔비디아가 90% 이상 점유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TPU 밸류체인에서도 HBM은 여전히 핵심 부품”이라며 “우려보다는 소재와 부품 등 후방산업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KB증권은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증권가 전망치(약 79조원)를 26.58% 웃도는 수준이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