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바이오클러스터, 청주 오창 테크노폴리스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진천 초평 이차전지 소재단지.
첨단산업의 연구와 실증, 양산을 주도하는 이곳의 공통점은 모두 충북에 거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오창읍에 들어서면 차도 양옆으로 유한양행, 풀무원,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운영 중인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들이 늘어서 있다. 지방산업 소멸이라는 세간의 말이 무색할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기업과 시너지를 내려는 중소기업들도 줄줄이 본사를 충북에 세우고 있다. 산업의 기반이 점차 넓어지는 셈이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지표에서도 충북의 핵심산업 발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충북 경제는 반도체와 의약품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23.9% 증가했다. 45개월 만의 최대 성장세다. 반도체가 큰 비중을 차지한 수출도 35.3% 늘어났다. ◇첨단산업에 AI 빠르게 접목
충북이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로 대표되는 3대 첨단산업을 앞세워 ‘인공지능 전환(AX)’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전통 제조업은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고 해도 곧바로 그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충북에 이미 뿌리내린 바이오, 반도체 기업들이 당장 AX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AI 도입이 이뤄졌을 때 부가가치가 커지는 사업이 많다는 설명이다.
충북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정하는 디지털 혁신거점 지역으로 선정된 후 ‘지역 디지털 기업을 유니콘으로 키우자’는 과제를 가지고 13개 기업에 AX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 우수기업 육성 지원 프로그램은 AX 설계부터 구축까지 ‘원스톱 컨설팅’을 충청북도가 책임진다. 다수 기업을 지원하기보다 기업의 기술·사업화 역량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5개 기업과 올해 참여한 8개 기업의 만족도는 95%를 기록했다. 충북 디지털 혁신거점 사업을 담당하는 김광주 충북과학기술혁신원 부장은 “기업 선정, 역량 강화, 실질적 성과 확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현장에 안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AI 무인실험실 거점으로충북 디지털 혁신거점이 AX 혁신의 다음 단계로 점찍은 미래 산업 분야는 첨단 소재다. 2029년 오창 방사광가속기 완공 시점에 맞춰 AX 기술을 융합한 디지털 혁신지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분야의 첨단소재 연구개발 생태계를 발전시켜 중부권을 넘어 국내 산업 혁신을 책임지는 글로벌 AX 혁신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방사광가속기는 원자 단위까지 들여다보는 초고성능 현미경 겸 공정 분석기다. 신약 개발, AI 인프라용 칩 등 다양한 첨단산업 분야의 설계·검증 속도를 끌어올리는 국가 단위 전략 장비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실험장비로 활용하고 있다.
충북 디지털 혁신거점이 내세우는 또 다른 강점은 과학과 관련된 정부출연연구소, 국책연구단지를 기반으로 산학연 생태계가 잘 꾸려졌다는 점이다. 첨단소재 개발을 위해 ‘충북 AX 산업혁신 네트워크’도 산학연 공동으로 출범시켰다. AI 데이터센터, 무인 자율실험실 등 지역 기업을 위한 R&D 지원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LG그룹도 충북 첨단소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AI 모델 ‘엑사원’을 활용한 무인 자율실험실을 충북과학기술혁신원에 구축하기 위해 손잡았다. 최근 충북은 LG와 함께 바이오, 반도체, 2차전지 기업을 대상으로 자율실험실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 예산 215억원을 확보했다. 충북과학기술혁신원 관계자는 “AX를 통해 기업의 실제 R&D를 돕겠다는 그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당장 기업들이 원하는 소재 개발 연구를 AI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창=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