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상승에도 기업대출 금리는 거듭 떨어지는 ‘역주행’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들이 규제에 막힌 가계대출 대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쟁 심화에 중소기업 대출 금리까지 3년5개월 만에 연 3%대로 내려왔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96%로 9월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대기업 대출 금리(연 3.95%)는 0.04%포인트 올랐지만 중소기업 대출 금리(연 3.96%)가 0.09%포인트 급락했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연 3%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연 4.11%)보다 낮은 이상 현상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상승곡선을 그리는 시장금리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지난 25일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연 2.777%로 지난 8월 말 이후 0.267%포인트 뛰었다. 주담대 금리 역시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해 오르는 추세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일감 확보전이 과열되면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시장금리가 오르는 충격을 피하는 수준을 넘어 수혜를 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은행들은 최근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워지자 기업대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생산적 금융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25일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49조271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2조7212억원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우량한 중소기업은 ‘금리 쇼핑’을 통해 자금 조달비용을 아끼는 게 가능한 상황”이라며 “생산적 금융에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내년까지 기업대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금리 하락까지 감수한 기업대출 확대가 은행의 부실 자산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42%로 2018년 1분기(0.48%) 후 7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