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잡는다" 반도체에 '목숨 건' 일본…'초강수' 꺼냈다

입력 2025-11-26 13:36
수정 2025-11-26 13:47


일본 ‘반도체 연합군’ 라피더스가 2027년 홋카이도에 제2공장을 착공한다. 최첨단 1.4나노(㎚·1㎚=10억분의 1m) 반도체를 2029년 생산할 계획이다. 홋카이도는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으로 반도체 산업에 필수인 전력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지토세 1공장에서 2027년 하반기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해 2공장을 건설해 1.4나노, 1나노 제품 생산까지 검토한다. 2공장 투자액은 2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라피더스는 내년부터 1.4나노 제품 연구·개발(R&D)을 본격화한다. 1.4나노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 자율주행차 등의 두뇌로 쓰일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라피더스는 1.4나노 이후 양산 목표를 제시해 장기적인 고객 확보로 이어지길 바라는 생각”이라고 해설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제품 미세화 경쟁에 한창이다. 대만 TSMC는 올해 2나노, 2028년 1.4나노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 양산을 목표로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다만 삼성과 미국 인텔은 첨단 제품 수율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라피더스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라피더스는 2031년까지 7조엔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 지원은 2027년까지 누적 2조90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은 경제안보상 중요한 첨단 반도체를 우대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건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봤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8개 대기업이 설립한 반도체 연합군이다. 2029년 흑자를 달성하고, 2031년에는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라피더스에 대해 “국익을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적 프로젝트로 계속해서 성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부활엔 전력이 필수다. 라피더스 공장이 위치한 홋카이도는 원전 재가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는 올해 7월 원자력규제위원회 안전 심사에 합격한 도마리원전 3호기 재가동을 용인하겠다는 방침을 조만간 도의회에 표명하기로 했다.

홋카이도는 도내 라피더스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이 들어서며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마리원전 주변 기초지자체 역시 재가동에 동의할 것으로 관측되자 운전 재개를 허용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즈키 지사는 도의회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재가동 동의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도마리원전 3호기는 2009년 가동을 시작한 일본 내 최신 원전으로, 출력은 91만2000㎾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탈원전’ 바람에 휩쓸려 2012년 5월 가동을 중단했다. 홋카이도전력은 방조제 공사 등을 마친 뒤 2027년 이 원전을 재가동할 계획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새로운 안전기준을 마련했고, 2015년 규슈 센다이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며 ‘원전 국가’로 돌아왔다. 작년 12월엔 혼슈 시마네 원전 2호기를 재가동하며 총 36기의 원전 중 재가동 원전을 14기로 늘렸다.

올 들어선 원전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2월 각의에서 에너지기본계획을 개정하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명시한 ‘원전 의존도를 가능한 한 줄인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최대한 활용’ 방침을 밝혔다. 2040년 전력 구성비 목표로 재생에너지 40∼50%, 원전 20%, 화력 30∼40%를 제시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