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가 따라가는 입장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3를 놓고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그는 사내 메시지에서 "우리 회사에 일시적인 경제적 역풍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공개 축하를 건넸을 정도다.
글로벌 빅테크 CEO뿐 아니라 테크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도 제미나이3의 성능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26일 빅데이터 분석 업체 썸트렌드에 따르면 제미나이3를 향한 관심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호평이 쏟아진 만큼 화제성도 커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개월간 '제미나이3'가 언급된 뉴스 기사·블로그 콘텐츠 수는 전날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9일 언급량이 본격 증가한 이후 20일 고점을 찍은 뒤 감소하다 24일 반등해 전날 가장 많은 언급량을 나타냈다. 이 기간 긍정적 언급량이 차지한 비중은 75.4%로 부정 비율(18.9%)을 압도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긍정단어는 △기대 △호평 △강세 △뛰어나다 등이었다. TPU 기반 제미나이3 등판…AI 인프라 '지각변동' 예고시장 기대도 크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가 강세 마감한 것은 제미나이3가 기대 이상의 성능과 AI 산업의 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술주 매수세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제미나이3 공개 이후 'AI 거품론'이 잦아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구글이 제미나이3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신 자체 개발한 AI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기반으로 구축하면서다.
제미나이3는 TPU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훈련·추론 과정 모두 TPU 기반 위에서 이뤄진다. TPU는 구글이 딥러닝 모델의 학습·추론을 목적으로 개발한 AI 칩이다. 3D 그래픽과 같이 대량의 동일한 계산을 병렬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GPU와의 결정적 차이다. GPU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비용·속도의 한계를 TPU로 보완 가능하다는 설명. 초거대 모델을 운영할 때 전력 효율도 더 높다. 구글 입장에선 GPU 구매·유지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TPU는 AI 산업 판도를 흔들 기대주로 꼽힌다. GPU 중심의 AI 학습 방식에서 벗어난 모델이 나온 만큼 시장 구조를 재편할 수 있대는 기대감이 커진 것. 클라우드 기업 등 관련 업계는 그간 엔비디아 GPU에 의존해 왔는데 이 같은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김태훈 서강대 가상융합전문대학원 교수는 "엔비디아 쪽에선 GPU를 한 번 사면 6년간 쓸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공공연하게 3년 정도 사용할 경우 새로 구입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감가상각 부담이 커 클라우드 기업들이 갈수록 GPU 사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제미나이3 공개 이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반면 엔비디아·AMD 등 GPU 관련 기업 주가는 주춤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TPU가 GPU 중심인 AI 인프라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양쪽을 뒤흔든 것이다.
구글이 자사 TPU를 외부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 안팎 관심이 쏠렸다. 메타가 2027년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를 도입할 것으로 전해지자 AI 생태계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단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구글 검색, AI 경쟁력으로…향후 경쟁력도 구글 우위"제미나이3는 압도적 성능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AI 모델 벤치마크 지표 '인류의 마지막 시험' 문항 2500개 가운데 정답률 37.5%를 기록했다. 26.5%를 기록한 오픈AI의 GPT-5를 가볍게 눌렀다.
종합 성능을 평가하는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도 1501점으로 정상에 올랐고 박사급 추론 능력을 보는 HLE에서도 GPT-5를 누르고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제미나이3를 "전례 없는 수준의 깊이와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첨단 추론 능력을 갖췄다"고 소개한 이유다.
구글은 제미나이3를 출시 첫날 자사 핵심 서비스인 검색에 적용했다. 사용자들이 제미나이3의 압도적 성능을 곧바로 경험할 수 있도록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은 미국에서만 적용되지만 한국 등 다른 국가에 순차적으로 확대될 경우 'AI 모드' 탭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은 '시연 기반 검색증강생성'(DRAG), '반복적 시연 기반 검색증강생성'(IterDRAG) 기술을 활용해 답변 품질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미나이3보다 한층 더 성능을 높인 '제미나이3 프로'는 최첨단 추론·멀티모달 기능으로 모든 상호작용에 깊이와 뉘앙스를 더한다는 설명이다. 제미나이3 딥씽크 모드는 제미나이3의 추론·멀티모달 이해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사용자가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구글이 AI 모델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배경으로는 검색엔진과 같은 자체 플랫폼이 꼽힌다. AI 모델은 학습이 끝나면 검색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받아와야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구글은 이미 '구글 검색'뿐 아니라 유튜브 등 가장 규모가 큰 플랫폼을 보유 중이다. AI 모델들은 벤치마크 점수를 놓고 경쟁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제미나이의 사용성을 높게 체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용도로 보면 제미나이3의 성능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제미나이가 구글 검색을 가장 잘 활용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모델은 검색 툴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검색력이 (제미나이보다) 떨어지지만 구글은 몇십 년간 구글 검색을 운영해 왔고 이에 대한 접근 권한도 갖고 있다. 때문에 제미나이 성능이 뛰어나고 발전 가능성 면에서도 제미나이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