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을 감면받을 목적으로 정신 질환을 위장한 20대 남성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모씨(25)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
전씨는 2019년 11월∼2021년 9월 병역판정검사에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허위 진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9년 '수능 시험 이후 자살 충동을 느꼈다' 등 진술을 해 7급 재검 대상으로 한 차례 분류됐고, 다음 해 검사에선 그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시 7급 판정을 받았다. 그해 6월부터는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집 밖을 잘 못 나갔다', '밤에 혼자 있다가 이렇게 살면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면 외출 전부터 긴장되고, 지하철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선 더욱 위축된다'는 등 우울증, 사회공포증 등을 가장했다.
2021년 2월 검사에서 다시 7급 판정이 나오자 그는 병원을 지속적으로 찾아 치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병무용 진단서를 받았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했다. 같은 해 9월 전씨는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전씨는 병역판정검사 이전까지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병역판정검사로 병원을 드나들 때도 처방된 약물을 구매하지 않거나 의사에게 거짓으로 진술하기도 했다.
전씨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급 회장, 반장 등을 지내며 교우 관계도 원만했고, 편의점·PC방 아르바이트, 대학 동아리 등에 참여하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판정검사 직전 지인들과 '공익 가려고 병원 엄청 다니고 있다', '정신과 재검돼서 6개월 치료 기록 있으면 검토해서 결정하는데 그거 노려보려고' 등의 대화를 나눈 것도 확인됐다.
1심은 전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약물 등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약물치료를 잘 받는 것처럼 진술하거나, 현재 상태에 대해 허위 또는 과장해 말하는 등 속임수를 썼다"며 "그 내용과 수법, 경위를 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씨가 판결에 불복했으나 2심과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소를 기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