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 NDC·K-GX' 제시…산업계 부담 덜어줄 지원책은

입력 2025-12-03 06:00
[한경ESG] 이슈



정부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3~61% 감축하는 새로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하면서 향후 에너지·산업구조 전환의 속도와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35년까지 2018년 배출량(742.300만 톤 CO₂eq)을 기준으로 최소 53%(348.900만 톤), 최대 61%(296.900만 톤)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이 66.25~72.5%, 미국이 61~66%, 일본이 60% 감축 목표를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상단 목표를 달성할 경우 중상위권 수준에 해당한다.

다만 목표를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제시한 점은 향후 국제사회 평가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단 61%를 향해 이행하면 온실가스 집약적 산업구조를 지닌 한국의 특성을 감안할 때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하단 53%에 그친다면 ‘글로벌 감축 흐름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

전력·산업·수송·건물, 부문별 전환 속도 주목

정부는 부문별 감축 전략도 함께 내놨다. 전력 부문에서는 2024년 기준 약 34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100GW까지 확대하고, ‘에너지 고속도로’로 불리는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통해 석탄발전 비중을 빠르게 줄인다는 계획이다.

산업 부문은 원료·연료의 탈탄소화와 공정 전기화가 핵심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공정 개선과 저탄소 기술 실증을 지원하고, ‘탄소중립산업법’ 제정과 세제·재정 인센티브를 통해 설비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첨단 제조업의 경우 공정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확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와 함께 내연기관 차량의 연비 기준 강화, 대중교통 중심 교통 체계 전환이 추진된다. 건물 부문에서는 등유·LNG 등 화석연료 기반 난방을 전기로 전환하고,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최종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농축수산·폐기물·흡수원 부문에서는 가축분뇨 처리 개선, 산림 관리 강화, 신규 흡수원 확충 등을 통해 남은 배출량을 상쇄하는 전략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NDC 목표를 두고 이행 과정에서 산업계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수출과 일자리를 떠받치는 한국 경제 구조상 단기간에 공정 전환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경우 생산비용 상승과 경쟁력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공급과 전력망 보강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소규제만 강화할 경우 ‘탄소유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석탄발전 감축과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특정 지역과 업종에 고용 충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역·계층 간 형평성 측면에서 과제로 꼽힌다.

산업계 부담 완화 위한 ETS·재정 지원 패키지 주목

정부는 ‘2035 NDC’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ETS)를 하한 목표인 53% 감축을 기준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상한 목표인 61% 감축분은 규제 강화가 아닌 무탄소에너지 보급 확대, 산업의 저탄소·고부가 가치 전환 등 ‘규제 외 수단’으로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ETS는 정부가 기업별 온실가스배출 허용량을 정해주고, 그 범위 안에서만 배출을 허용하는 제도다.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팔 수 있고, 초과 배출한 기업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추가로 사야 한다. 정부가 ETS 할당량을 53% 감축 기준으로 설계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배출권 매입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외부 사업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 실적은 5% 한도 내에서 상쇄배출권으로 인정하고, 사업장 내 설비가 증가하는 경우 추가 할당을 허용하는 등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보완책도 병행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부터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대규모 감축 사업 지원을 강화하고, 2027년 이후 유럽에서 도입·운영 중인 탄소차액계약제도(CCfD) 도입을 검토해 감축 위험이 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유인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부 역시 2027~2035년 9년간 탄소중립 기술에 5조 원 이상 투입하는 대규모 ‘산업 GX 플러스’ 연구개발(R&D) 사업에 착수해 경매·협약 등 인센티브 기반으로 노후 설비 교체와 저탄소 설비 도입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전환 비용 측면에서 보면 필요한 투자 규모도 적지 않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 등은 2030년까지 공공·민간을 합쳐 총 452조 원 규모의 ‘그린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전체 투자 규모를 2097조~2620조 원으로 추산해 이번 NDC를 실질적으로 이행 가능한 계획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녹색채권과 탄소중립 펀드, 정책금융을 결합한 장기적 ‘전환금융’ 전략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K-GX 전략, 성장 동력 될까…결국 실행 로드맵이 관건

정부는 2035년 NDC 확정과 함께 2026년 상반기까지 ‘K-GX(녹색 전환) 전략’을 마련해 청정에너지 확대, 산업 공정 전환, 인프라 투자 방향을 담은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NDC를 ‘K-GX 전략’의 핵심축으로 삼고, 친환경 설비 투자와 녹색 금융 활성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그린 수소, 에너지효율, 탄소포집·저장(CCS), 그린 리모델링 등 관련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경우 전력·건설·소재·금융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다만 감축목표와 성장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 개편과 탄소가격 신호의 일관성 ▲재생에너지 인허가·송배전망 규제 정비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전환금융 지원 ▲지역사회·노동계와의 협의 구조 등 구체적 이행 로드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세부 이행 계획과 2031~2049년 장기 감축 경로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