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25일 방한한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과 만나 차세대 반도체·배터리, 6세대(6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아시아 최대 부호’로 불리는 암바니 회장은 석유화학, 에너지, 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그룹을 이끌고 있다. 릴라이언스그룹이 최근 AI,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첨단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만큼 삼성과의 협력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암바니 회장과 만찬을 하며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암바니 회장은 이날 오전 장남 아카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지오인포컴 이사회 의장과 김포공항을 통해 전용기로 입국했다. 이들 부자가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과 암바니 회장 간 만남은 지난해 7월 인도 뭄바이에서 암바니 회장의 막내아들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식 이후 약 1년4개월 만이다. 만찬 회동에는 삼성전자의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 최원준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최주선 삼성SDI 사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주요 계열사 경영진도 함께했다.
삼성과 릴라이언스는 10년 이상 통산 분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전략적 파트너다. 삼성전자는 2012년 릴라이언스지오인포컴과 4G LTE 네트워크 장비 단독 공급 계약을 맺은 뒤 2014년부터 인도의 4G 전국망을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삼성은 10년 넘게 릴라이언스에 통신 장비를 독점 공급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 왔다. 이 회장은 2018년부터 암바니 회장의 자녀 결혼식에 모두 초청받은 유일한 한국 기업인일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도 두텁다.
릴라이언스그룹은 최근 인도를 AI 강국으로 이끌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1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120억~150억달러(약 16조~2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는 첨단 반도체, 6G,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랜트 등이 필수적인데 모두 삼성그룹의 사업 영역이다.
이날 삼성 경영진은 암바니 회장에게 AI, 확장현실(XR),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AI 데이터센터, 6G,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삼성의 신기술·제품을 집중 소개했다. 삼성은 릴라이언스의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파운드리와 6G, 배터리, ESS, 플랜트 등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바니 회장은 갤럭시XR, 마이크로 RGB 디스플레이 등 삼성의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직접 체험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릴라이언스가 사업 체질을 바꾸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삼성이 릴라이언스의 통신장비 협력사를 넘어 미래 혁신을 위한 핵심적인 전략적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