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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출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가 ‘AI 거품론’에 위축된 미국 뉴욕증시 분위기를 바꿔놨다.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 하지만 월가에선 제미나이의 급부상이 AI 랠리를 위협할 새로운 잠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트먼도 인정한 제미나이2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2.69% 급등했다. 나스닥지수 상승폭은 지난 5월 12일(4.35%)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6% 넘게 급등하며 기술주 강세를 주도했다. 구글은 지난 18일 새 AI 모델 제미나이3를 공개했는데 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업종 전반에 온기가 퍼졌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브로드컴, 메타, 테슬라 등 대부분 기술주가 상승 마감했다.
제미나이3 프로는 AI 모델 벤치마크 지표인 ‘인류의 마지막 시험’ 2500개 문항 중 37.5%를 맞히며 기존 최고 점수인 오픈AI GPT-5 프로의 30.7%를 뛰어넘었다. 구글의 이전 모델 제미나이2.5의 정답률은 21.4%였다. 구글은 제미나이3의 성능을 더 끌어올린 강화 추론 모드 ‘제미나이3 딥싱크’도 공개했는데 이 모델의 정답률은 4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제미나이 3를 접한 뒤 회사 직원들에게 공유한 메모를 통해 “이제 우리가 쫓아가는 입장”이라며 “당분간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자신의 X 계정에 “축하한다”며 제미나이의 성과를 인정했다.
구글은 검색엔진, 유튜브, 지도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모두 쥐고 있어 사업 확장 가능성이 높다. 이정욱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매니저는 “알파벳은 오픈AI와 달리 상장사라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 크다”며 “막대한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증명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 것도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Fed 차기 의장으로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자 ‘친트럼프’ 성향 인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의 이중책무(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와 관련해 나의 우려는 주로 고용시장”이라며 “나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연방정부 차원에서 AI 개발·활용을 가속화하는 ‘제네시스 미션’ 추진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기술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엔비디아, 오라클에 부정적”월가에선 제미나이의 급격한 성장이 기존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미나이는 브로드컴과 협력해 자체 개발한 추론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챗GPT 개발사 오픈AI 등 경쟁사보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감가상각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만큼 엔비디아, AMD 등 다른 업체엔 위협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구글이 AI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경우 오픈AI의 투자자들에 대한 막대한 재정적 약속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멜리어스리서치의 벤 라이츠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빅테크 중에서) 자체 칩을 설계하고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팀을 보유하고 있다”며 “알파벳이 AI 전쟁에서 승자가 된다면 엔비디아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 등 여러 기술 주식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만수/김정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