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벽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입력 2025-11-25 17:33
수정 2025-11-26 00:10
꽤 오래전, 모 피자회사에서 30분 배달 보증제라는 걸 실시한 적이 있다. 주문 시점부터 30분 이내에 피자가 배달되지 않으면 피자값을 깎아주거나 아예 받지 않는다는 제도로 당시 이 회사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빨리 더 빨리를 강조하다 보니 과속 때문에 배달 직원의 사고가 잇달았고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이 회사의 정체성이기도 한 30분 배달 보증제가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배달 직원의 안전을 따뜻한 피자 한 조각과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택배기사의 건강권 보호와 관련해 새벽배송 금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전날 밤 주문하면 다음 날 대문 앞에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주는 새벽배송 시스템은 따뜻한 피자와는 동일시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스며들었다. 다음날 아침거리가 없음을 늦은 밤 확인하고 당황한 워킹맘에게, 온종일 집을 비워 낮에는 신선식품을 받을 수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 학원 수업 때문에 가게 문이 닫힐 때까지 준비물을 사지 못한 학생에게 말이다. 이들에게 새벽배송은 단순한 시간 절약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새벽배송 금지 방안을 두고 벌이는 논의를 지켜보면 몇 가지 의문이 든다. 먼저 과연 새벽배송 금지를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부 정책 등으로 강제로 추진해야 하는지다. 새벽배송은 소비자와 택배사 그리고 택배기사와 택배사의 약정에 근거한다. 임산부나 연소자의 야간 근로처럼 합리적 사유로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경우를 논외로 하면 사인 간 약정으로 정해진 배송 시간대를 강제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할까.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했지만, 그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가는 사람보다 의무휴업일 전날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현상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없을까.

새벽배송 금지를 논하면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했는지도 의문이다.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새벽에 배송했을 물량까지 차량이 막히는 낮에 배송해야 하니 택배기사들의 근무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온라인 판로가 제한된 소상공인과 소비 패턴을 바꿔야 하는 일반 국민의 불편함도 상당할 것이다. 새벽배송 금지를 논하기에 앞서 이런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을 충분히 논의했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택배기사가 새벽배송을 강요받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불이익을 준다면 배송 시간대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노무 제공 강요를 제재해야 한다.

새벽배송 금지가 택배기사의 건강권 보호와 과로 방지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특정 시간 배송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기에 앞서 택배기사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있는지, 과로 방지를 위해 충분한 인원은 확보하고 있는지, 심야 근로로 생활 리듬이 바뀌는 데 따른 건강 지원 방안은 있는지, 이에 따라 발생한 비용을 사용자와 국가는 어떻게 분담해 마련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개선하려고 먼저 시도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편리함이 다른 누군가의 안전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정작 중요한 것에 대한 논의를 놓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진짜 문제이며, 누구를 위한 해결책인지 고민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거나 금지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