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30억…日 이세탄百의 '단청회 전략'

입력 2025-11-25 16:48
수정 2025-12-01 16:15
하루 46억엔(약 430억원). 일본 도쿄에 있는 이세탄백화점 신주쿠 본점이 지난 1월 일반 고객의 출입을 막고 VIP만 초청해 연 ‘단청회(丹??·단세이카이)’ 행사에서 올린 매출이다. VIP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4000억엔을 돌파했다. 국내 백화점들도 e커머스의 공세 속에서 VIP 영업을 강화하며 ‘한국형 단청회’를 시도하고 있다.

◇연 2회 300만엔 이상 구매 고객만 초청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세탄백화점 신주쿠 본점은 연 2회 단청회를 연다. 봄과 가을 시즌에 맞춰 하는데 가장 최근엔 지난 9월 5일 열렸다. 단청회는 연간 300만엔 이상을 쓴 고객만 출입할 수 있다. 지난봄 열린 단청회에는 1만8000개 팀의 VIP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탄은 이날을 위해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본사와 협의해 차별화 제품을 공수한다. 수백만엔대 코트, 수억엔 상당의 보석 등 각 브랜드가 단청회만을 위해 상품을 공급한다. 매장은 쇼핑몰이 아니라 거대한 연회장으로 변신한다. 계절감을 살린 화려한 장식과 라이브 연주, 최고급 샴페인을 제공한다. VIP 고객에게 쇼핑 그 이상의 ‘비일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세탄이 단청회에 힘을 주는 것은 VIP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다. 초청 대상이 되는 VIP의 연간 매출 총합은 2120억엔(약 1조9000억원)으로 이세탄미쓰코시홀딩스그룹 백화점 사업 매출의 16% 이상을 차지한다. 단청회 등 VIP 실적에 힘입어 이세탄백화점 신주쿠 본점의 매출은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4212억엔으로 전년 동기(3758억엔) 대비 12.08% 급증했다.

단청회 흥행의 배경으로 일본 내 ‘슈퍼리치’의 자산 구조 변화가 꼽힌다. 부동산 중심이던 부유층 자산이 증시 활황을 타고 금융 자산으로 이동하며 즉시 현금 동원이 가능한 자산가가 급증했다. ◇국내 백화점도 VIP 마케팅 강화국내 백화점도 한국형 단청회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23년부터 정기 휴점일에 VIP 고객을 초청하는 ‘더 프라이빗’ 행사를 한다. 서울 본점, 잠실점 등 주요 점포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공연, 투어, 식음 등 파티형 콘텐츠도 제공한다. 2021년부터는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등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와 손잡고 독점 행사를 열고 있다. 갤러리아는 정기 휴점일에 ‘프레스티지데이’(P데이)를 운영한다. 현대백화점은 VIP 고객 400여 명을 별도로 초청해 신라호텔에서 ‘프라이빗 파티’를 연다.

VIP 전용 플랫폼도 나왔다. 신세계백화점의 VIP 큐레이션 e커머스 플랫폼 ‘더 쇼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더 쇼케이스 이용 VIP 고객의 평균 객단가는 약 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일반 명품 카테고리 객단가(약 300만원)의 일곱 배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이세탄의 성공 사례는 VIP 비즈니스의 핵심이 차별화 경험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 VIP 시장도 초개인화 서비스와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경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