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을 미끼로 2030 청년층의 자금을 끌어모은 뒤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지 않은 미술품 중개업체 대표가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 규모는 약 960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7월 14일자 A27면 참조
서울강남경찰서는 미술품 중개기업 아트컨티뉴 대표 엄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불법 금융상품 판매) 혐의로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엄씨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법원 판단으로 구속된 상태였다. 경찰은 엄씨 외에 모집책 등 아트컨티뉴 관계자 50여 명을 추가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엄씨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를 내세워 SNS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매달 원금의 12~16%를 수익금으로 지급하겠다며 피해자를 유인했다. 후속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수익을 지급하다가 원금을 갚지 않고 잠적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은 지난 6월부터 이 사건과 관련해 고소장 150여 건이 접수되자 아트컨티뉴 서울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7월에는 엄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벌여 왔다.
최근엔 새로운 범죄 정황도 포착됐다. 아트컨티뉴 측이 일부 피해자에게 매달 이자수익을 지급하면서 소득세 명목으로 3.3% 또는 27.5%를 뗀 뒤 지급했는데, 당시 피해자에게 소득세를 징수하기만 하고 정작 세금은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일부 피해자는 투자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뒤늦게 세금 미납 고지서까지 받아 이중 피해를 본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의 추가 혐의에 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컨티뉴는 7월 “당장 변제는 어렵지만 사기라고 보긴 어렵다”며 “온라인 미술품 경매 사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곧 현금 흐름이 생겨 상환할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온라인 미술품 경매 등 아트컨티뉴의 주요 사업은 9월 이후 전면 중단됐다.
앞서 해당 사건은 금융 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2030 청년들이 다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컨티뉴 소속이었던 모집책에게 1억원 넘는 투자금을 맡겼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20대 피해자 김모씨는 “(기업이) 갖고 있는 부동산만 6채라며 각종 미술품이 있는 사업 소개서를 보여줬다”면서 "청년희망적금 해지 및 대출을 권유하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토로했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1~2년간 실제 보험 상품도 판매해 장기간 신뢰를 쌓은 뒤 “VIP 전용 상품”이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훈 법무법인 심앤이 변호사는 "미술품 자체가 나쁜 투자 대상은 아니지만 연 10%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상품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금융지식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을 겨냥해 세금 미납으로 이중 피해까지 입히는 신종 수법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고소장이 계속 접수되고 있어 입건된 피의자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피의자 추가 송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