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한·튀르키예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지 원전사업인 '시놉 원전' 프로젝트의 수주전에 본격 뛰어들 전망이다. 과거 일본 컨소시엄이 사업성 문제로 철수했던 난도 높은 사업인 만큼 한전은 '수익성 확보'와 '정부 지원'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통령궁에서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튀르키예 원자력공사와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는 실질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담고 있다. 양측은 튀르키예 신규원전 사업개발 공식화와 사업부지 평가, 원자력 기술 및 규제·인허가 교류, 현지화 전략 수립 등 원전 사업 전주기에 걸친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향후 시놉 현지 부지를 평가할 '공동 워킹그룹'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무 협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수주전의 핵심은 리스크 관리에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25일(현지시간)에는 알파르슬란 바이락타르 튀르키예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튀르키예가 추진 중인 시놉원전 사업 추진 일정과 사업조건에 대해논의를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한전은 밝혔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시놉원전 사업은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튀르키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속에서, 사업비 조달과 관련해 명확한 안전장치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그러면서 "한전은 UAE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경험으로 시놉원전 사업의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바이락타르 장관은 "한전이 우려하는 사업 리스크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시놉원전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고 지속적인 협조를 통해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 차원에서도 한전의 우려를 해소할 유인책을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시놉원전 어떤 사업이길래시놉 원전 프로젝트는 튀르키예 북부의 흑해 연안에 1400MW급 원전 4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만 최소 40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당초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이 수주하여 진행했으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을 맞추다 공사비가 2배 이상 급등하자 2018년 사업권을 반납하고 철수한 바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2053년에 29%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 한전에 시놉원전 사업 참여를 공식 요청했고, 러시아 로사톰 등 경쟁국과의 협상도 열어두고 있다.
한전은 금번 MOU 체결과 에너지부 장관 면담을 통해 양국 간의 확고한 파트너십을 확인하고 부지평가 등 사업개발 초기단계를 신속하고 면밀하게 수행하기로 했다. 이후 사업 타당성조사를 실시해 경제성을 검증하는 작업이 해당 사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전은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시놉원전 사업권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