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5일 13: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맥쿼리자산운용(맥쿼리PE)이 국내 최대 수소 생산업체 어프로티움(옛 덕양)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이번 주 실시한다. 사모펀드(PEF)와 인프라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의 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전략적 투자자(SI)인 에어리퀴드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행보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맥쿼리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 어프로티움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매각 주관을 맡고 있다. 앞서 예비입찰에는 산업용가스 제조사 에어리퀴드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다수의 글로벌 PEF와 인프라펀드가 참여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설립된 어프로티움은 국내 최대 수소 생산 업체다. 연간 약 10만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 배관망을 보유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반도체 기업 등을 중심으로 수소를 공급하며 울산과 충남 서산 등으로 공장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에는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5공장을 세웠다. 맥쿼리는 2021년 말 약 8000억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한 뒤 이듬해 사명을 덕양에서 어프로티움으로 변경했다.
매각 측은 몸값을 1조원대 중반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다소 냉랭하다. 어프로티움은 맥쿼리 인수 당시인 2021년 매출 3286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4334억원, 영업이익 509억원을 거뒀다. 매출과 이익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PEF 사이에서는 성장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지난해 실적은 2023년 매출 4372억원, 영업이익 617억원과 비교해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했다.
어프로티움의 주요 매출원인 석유화학·정유 업계의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고순도로 정제해 산업단지 내 수요처에 공급한다. 전방 산업인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해 부생수소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오른 데다 수요까지 감소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화학 설비 통폐합까지 진행될 경우 성장 둔화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단기간 차익을 추구하는 PEF보다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 확대를 모색하는 글로벌 연관 기업의 참여 여부를 변수로 꼽는다. 특히 글로벌 가스업체인 에어리퀴드의 입찰 참여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에어리퀴드는 최근 맥쿼리PE로부터 또 다른 산업용가스 제조사인 DIG에어가스 지분 100%를 4조8500억원에 인수해 맥쿼리PE에 2조원 이상의 차익을 안겨주기도 했다. 에어리퀴드는 지난 9월부터 DIG에어가스뿐 아니라 어프로티움 인수 가능성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매각을 검토했던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역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용가스 가운데서도 수소 관련 업종은 업황 변화에 따라 실적 등락이 큰 편이어서 안정적 현금창출을 중시하는 PEF나 인프라펀드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장기 성장성을 볼 수 있는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등의 참여가 더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