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타다 금지법' 현실화에…스타트업, '우릴 죽이려는 법' 반발

입력 2025-11-25 13:12
수정 2025-11-25 13:22

의약·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해당 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어서면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스타트업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는 '닥터나우 방지법' 입법 추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해당 법안은 비대면진료 중개 스타트업이 시도해온 혁신을 소급 불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은 플랫폼 기업이 의약품 도매업을 겸영하거나 특정 약국을 우선 노출·연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닥터나우가 비대면 진료 이후의 ‘약 수령’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휴 약국 연결과 의약품 유통 자회사를 운영해온 점이 약사단체의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해당 조항들이 법안에 반영되면서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을 겨냥한 법”이라는 의미에서 ‘닥터나우 방지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업계에서는 그 성격이 과거 모빌리티 혁신을 막았던 '타다금지법'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은 병·의원 접근성이 낮은 이용자들을 대신해 의약품 재고 확인, 처방약 수령 편의 개선 등 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해 왔다. 그동안 진료 후 약국 재고 파악이 어려워 발생하던 불편을 해소한 점이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관련 성과가 이번 입법 과정에 반영되지 않은 채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코스포 측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우려들에 대해 이미 충분히 소명했고, 이후 우려했던 부작용도 실제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규제가 그대로 추진되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법 통과 시 서비스 중단과 시장 퇴출 위험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코스포 관계자는 “법안이 시행되면 관련 스타트업들은 기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며 “전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기술 기반 서비스를 원천 차단하면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혁신이 초기 단계에서 좌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벤처 진흥 정책 기조와도 충돌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제3차 벤처붐’을 국가 전략으로 제시하며 스타트업 주도 성장을 강조해 왔다. 기존 산업과 혁신 기술이 충돌할 때, 혁신의 성장을 조정·지원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는 메시지도 반복해 왔다. 코스포는 “일괄적 규제로 신산업을 제한하기보다 기업들이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 속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책적 균형이 필요하다”며 “남은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 보다 신중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