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폴스타 등 글로벌 완성차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탄소섬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의 핵심 부품 생태계가 촘촘하게 갖춰진 한국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커지는 것도 글로벌 완성차 CEO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요인으로 꼽힌다.◇벤츠 회장, 삼성·LG와 회동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핵심 파트너인 삼성과 LG 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다음날 인천 운서동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벤츠 미래 전략 콘퍼런스’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칼레니우스 회장을 삼성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초청했다. 이 자리엔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 등 삼성 전장 계열사 경영진도 참석했다. 이 회장이 만찬 장소를 승지원으로 정한 데 대해 ‘벤츠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하만과 삼성전자는 벤츠에 각각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디지털 키 솔루션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삼성SDI의 배터리 등 삼성 전장 부품 기술력을 소개하고, 미래 차량에 반드시 들어가는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중장기적 협력 관계 구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삼성에 앞서 찾았다. 이날 만남엔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등 LG 전장 계열사 CEO들이 총출동했다. LG는 칼레니우스 회장 방문을 통해 2004년 차량용 디스플레이 공급을 시작으로 벤츠와 쌓은 ‘20년 동맹’의 굳건한 관계를 재확인했다. LG는 이날 미팅에서 전장,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율주행 센싱 등 전장 역량을 결집한 차세대 솔루션을 소개하고 이를 통한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도 만났다. HS효성 계열사인 HS효성더클래스는 국내 벤츠 공식 딜러사로 세계 첫 ‘마이바흐 브랜드센터’를 운영 중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한국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벤츠 차량을 보기 힘들다”며 “한국의 혁신 생태계가 벤츠에 중요하다는 걸 감안해 내년 1월 서울에 아시아 제조 구매 허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2027년까지 브랜드 역사상 가장 많은 신차 40종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공개했다.◇폴스타 CEO “부산공장, 전략적 거점”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마이클 로쉘러 최고경영자(CEO)도 19~20일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폴스타는 올해 하반기부터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북미 수출용 ‘폴스타4’를 시범 생산하고 있다. 로쉘러 CEO는 20일 서울 한남동 폴스타서울스페이스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나 “부산 공장은 아시아와 북미를 연결하는 생산 기지로 중요한 전략적인 거점”이라며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내연기관 생산라인에서 전기차도 조립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조립공장 가동을 5주간 완전히 멈추고 설비를 새로 깔았다. 로쉘러 CEO는 “부산 공장은 북미 지역에 최초로 물량을 공급한다는 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다”며 “지금 시작은 북미지만, 여기서 생산되는 차량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시장에서도 이 생산 기지를 활용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글로벌 완성차 CEO의 단골 출장지인 이유는 첨단 제조 생태계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수입차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세계 1위 완성차 업체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아키오 회장은 당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무대 올라 모터스포츠에서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모터스포츠는 현대차와 도요타 협업의 시작이다. 두 회사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수소 생태계 구축과 로보틱스 경쟁력 확보를 각자 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당시 이 자리에는 이재용 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등도 함께해 화제가 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