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가 스폰서 공백으로 흔들리던 시절 한 기업인의 결정이 한 대회를 살렸다. 2016년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최경주 선수가 주최하는 국내 대회가 불과 일주일을 남기고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취소 위기에 놓였을 때였다. 소식을 들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즉시 지원에 나섰고 이 선택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한 축을 10년째 지탱하는 출발점이 됐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남자 골프에서 드물게 ‘선수 퍼스트’를 내세운다. 대회 기간 동안 현대해상 연수원을 선수와 캐디 숙소로 제공하고 가족들에게도 식사를 지원해 선수들이 편안하게 휴식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는 매년 선수들의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프로암(프로+아마추어)을 열지 않고 연습일을 제공하는 등 선수들의 경기 집중과 준비를 최우선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후원하는 골프 대회에서는 VIP 고객을 초청해 프로와 함께 라운드를 도는 프로암이 핵심 행사로 자리한 것과 대비된다.
상금 규모도 꾸준히 키웠다. 첫해 5억원으로 출발한 상금은 현재 12억5000만원까지 늘었다. 2018년부터는 별도의 상금 예비비(4500만원)를 마련해 컷 통과 선수 중 61위 이하 선수들에게 나누고 있다. 성적과 무관하게 ‘경기에 참여한 선수 모두가 대우받아야 한다’는 철학이다.
지난 10년간 이 대회를 거쳐 간 선수는 약 1300명. 43세 황인춘의 4차 연장 우승, 이창우의 샷 이글 첫승, 함정우의 두 차례 우승 등 여러 명장면이 이 무대에서 나왔다. 올해는 전가람이 우승하며 10번째 챔피언이 됐다.
10년 동안 남자 골프 환경은 조금씩 개선됐다. 대회 운영과 선수 지원이 안정되면서 선수들이 보다 나은 조건에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그 변화의 뒷면에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필요한 순간에 뒷받침해온 후원자의 흔들림 없는 동행이 자리하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