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순환매출 극히 일부…재고도 정상 수준"

입력 2025-11-24 17:35
수정 2025-11-25 01:23
엔비디아가 글로벌 주주들에게 보낸 일곱 장 분량의 ‘팩트체크 FAQ’는 최근 글로벌 증시를 흔든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지난 19일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은 3분기 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하락하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0일 비공개로 직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당시 직원들에게 말한 내용들이 반박 자료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신제품 내려면 재고 필수적”엔비디아는 3분기 재고가 전 분기보다 32% 늘었다는 지적에 “신제품(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신제품을 비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가 둔화하거나 고객으로부터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고객사에 제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생산해놨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가이던스 650억달러(약 95조9200억원)를 맞추려면 재고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재고 증가는 고객의 지불 능력과 무관하고 엔비디아는 엄격한 신용 평가를 거쳐 제품을 출하한다”고 강조했다.

매출채권 회전일수가 늘어난 것과 관련해서도 “수금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엔비디아의 공식 입장이다. 매출채권은 상품을 판매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채권이다. 매출채권 증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 주요 고객사가 돈을 제때 지불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신호 중 하나로, AI 거품론의 대표적 근거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52일로, 과거 평균(53일)은 물론 2분기(54일)보다 줄었다”고 공개했다. ◇ “순환금융은 극히 일부”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가 운영하는 헤지펀드 틸매크로가 최근 주식을 정리한 것과 관련해서 엔비디아는 “그들(손정의, 피터 틸)은 회사 내부자가 아니며 개인의 투자 결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마이클 버리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 창립자 등이 제기한 사안에 대한 입장도 반박 자료에 담았다. 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고객사가 엔비디아 장비의 감가상각 연수를 축소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고객사는 장비를 4~6년에 걸쳐 상각하고 있으며, 이는 동종업계 장비 감가상각 연수(2~7년)와 일치한다”고 자료에 적었다.

‘순환금융’ 구조 논란에 대해선 “매출의 극히 일부(3~7%)만 스타트업에서 나온다”고 했다. 순환금융이란 엔비디아가 투자한 기업이 엔비디아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다시 엔비디아 칩을 매입하는 사업 구조를 말한다.

챗GPT 운영사 오픈AI가 엔비디아에서 1000억달러(약 147조원)를 투자받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백만 개를 구입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버리 창립자는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0일 자신의 X에 “미래에 이것을 선순환이 아니라 사기로 간주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 “시장 반응 신경 쓰지 마라”AI 거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젠슨 황 CEO는 임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시장의 반응은 신경 쓰지 말고 일에 집중하라(stay focused)”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리 창립자 등이 엔비디아가 주식 신규 발행을 통해 임직원 보상을 늘려 자사주 매입 효과가 줄었다고 주장하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임직원이 자사주를 1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임직원주식구매제도(ESPP)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12월 말 14달러대이던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12월 말 134달러로 10배가량 오른 이후 올해 들어 상승세가 둔화했다. 엔비디아는 반박 자료에 “2018년 자사주를 평균 주당 51달러에 매입해 주당순이익(EPS)을 5% 높이고 2000억달러 이상의 시가총액 증대 효과를 거뒀다”며 자사주 매입 성과를 강조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