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PEF 에이팩스 “섹터 집중 카브아웃 전략…한국 시장도 유망"

입력 2025-11-27 10:45
수정 2025-11-30 13:37
이 기사는 11월 27일 10: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은 디지털 혁신이 압도적으로 빠른 시장입니다. 에이팩스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죠.”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에이팩스의 앤드류 실리토 공동대표(사진)는 최근 방한해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투자 기회를 꾸준히 찾고 있다”며 “아직 한국 투자 사례는 없지만, 우리와 맞는 좋은 기업을 찾는다면 의미 있는 투자가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팩스는 1972년 설립된 50년 업력의 영국계 PEF 운용사로, 그간 800억달러(약 117조원) 수준의 펀드를 결성했다. 북미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아웃 투자를 해왔으며, 건당 2억~5억달러를 집행하는 중대형 바이아웃 투자를 주력으로 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인도 사무소를 설립해 아시아 지역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실리토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에이팩스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고도 했다. 일본 히타치가 에이팩스 포트폴리오였던 글로벌로직을 인수한 사례처럼, 동북아 기업의 크로스보더 인수합병(M&A) 수요가 늘면서 접점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이팩스는 뉴질랜드 최대 온라인 플랫폼 ‘트레드미’, 스페인 부동산 플랫폼 ‘이데알리스타’, 글로벌 패션 브랜드 ‘토미힐피거’ 등에 투자했다. 소수지분 투자로 참여해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그로스캐피탈 투자 사례로는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쉬’ 개발사 킹 등이 있다.

에이팩스 투자의 핵심은 섹터 전문성이다. △테크 △인터넷·소비재 △B2B 전문 서비스 세 분야에만 투자를 집중한다. 각 분야를 여섯 개 세부팀으로 나눠 전담 팀이 장기간 해당 기업군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견고하고 구조적 성장 여력이 숨어 있는 이른바 ‘히든 젬(숨은 보석)’을 발굴하는 게 핵심이다. 실리토 대표는 “잘 아는 분야를 깊이 파고들며 히든 젬을 찾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딜 소싱에서도 마찬자기다. 에이팩스가 운용 중인 펀드에서 최근 단행한 13건의 투자 가운데 5건은 인수 대상 기업과의 개별 협상으로 이뤄졌고, 6건은 경쟁이 사실상 없는 약한 입찰 방식 딜이었다. “특정 산업을 오래 추적하며 네트워크를 쌓아왔기 때문에, 경쟁이 붙기 전 먼저 접근해 우위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실리토 대표의 설명이다.



에이팩스의 또 다른 강점은 약 30명 규모의 운영조직이다. 기업 출신 임원들, 디지털 마케팅·구글 검색·AI 전문가, UX·전환율 개선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실무형 전문 인력이 포진해 있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세스 브로디 파트너(운영 효율성 부문 총괄)는 “운영조직은 전체 딜 과정에서 투입하는 시간의 약 3분의 1을 실사(DD)에 사용한다”며 “인수 이후가 아니라, 인수 전 단계에서부터 어떤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설계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은 카브아웃 딜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에이팩스는 지금까지 36건이 넘는 카브아웃 투자를 해왔다. 대체로 대기업 내부의 사업부를 분리해 독립 기업으로 재구성하거나, 노후한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 포함된다. 브로디 총괄은 “우리는 운영, 기술, 마케팅, 재무 등 실무 전문가 조직이 충분히 있어 일반 PEF 운용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카브아웃 딜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카브아웃 사례가 미국의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케이스’다. 나스닥 상장사 앱폴리오의 법률 소프트웨어 사업부였던 마이케이스는 부동산 관리 중심인 앱폴리오의 핵심 사업과 거리가 있어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됐다. 에이팩스는 2020년 이 사업부를 분리·인수해 독립 기업으로 재정비한 뒤, 2022년 법률 결제 플랫폼 ‘로페이’ 운영사 어피니페이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운영조직이 온라인 마케팅, 재무·조직 재정비, 법인 설립 등 핵심 기능을 구축해 약 2년 만에 투자금 대비 네 배 수준에 엑시트했다.



에이팩스는 ESG 역시 운영조직 내부에 통합해 관리한다.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수준을 넘어서,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개선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브로디 총괄은 “바이아웃 포트폴리오 전반에 대해 스코프 1·2·3 탄소배출량을 전수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들의 매출 1달러당 탄소배출량을 17% 줄였다”고 말했다.

또 탄소배출, 구성원의 다양성, 사이버 보안 등 ESG 핵심 지표는 가공하지 않은 원본 데이터로 LP에게 공개된다. 개선의 출발점이 되는 측정 단계부터 결과 검증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해 투자자가 실제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브로디 총괄은 “우리는 단순히 체크박스를 채우지 않는다.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