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프랜차이즈 식당이 "관광객은 점심시간 방문을 피해 달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가 본사 지시로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지인 일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 불편하다"며 공감한 반면, 배타적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본의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이 드러나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나다이 후지소바의 본사인 다이탄 그룹은 해당 지점에 안내문 철거를 지시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최근 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 정체 및 간체·광둥어로 "여행자는 점심 시간을 피하십시오. 저희 가게는 이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 배우는 사람들을 우선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사진이 퍼졌다. 해당 식당은 도쿄에 있는 프랜차이즈 소바 전문점 '나다이 후지소바'의 한 지점으로 알려졌다.
본사 측은 "현지 고객들로부터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이용하기 어렵다'라는 의견이 나와 게시한 것으로, 본사와 무관하게 지점 측이 독자적으로 한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점심시간에 직장인 등이 몰리는 지점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캐리어를 끌고 오는 것은 문제가 아니며 본사의 관리 부족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내문이 확산되자 누리꾼들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관광객들이 큰 캐리어를 끌고 식당 입구에 서서 통로를 막는다", "현지인들이 빨리 점심을 해결하고 나가는 식당인데 관광객들이 자리를 너무 오래 차지한다" 등 안내문을 옹호하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관광객들에게 너무 배타적이다", "'점심시간 이외 시간에 오시면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정도로 안내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공격적 문구를 지적하는 반응도 있었다.
안내문이 붙었던 나다이 후지소바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는 입식 소바(서서 먹는 소바) 전문점으로, 가장 비싼 메뉴가 930엔(약 8700원) 수준의 저렴한 식당이다.
일본은 최근 엔저 영향으로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과잉 관광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3165만 500명으로, 역대 최단기간에 연간 3000만 명을 돌파했다. 관광 산업이 호황을 맞은 반면, 교통 체증·소음·쓰레기 투기·지역 주민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도 커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1000엔(약 9500원)인 '국제관광 여객세(출국세)'를 3000엔(약 2만 8500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과 외국인 비자 발급 수수료 인상을 검토 중이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