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3200억 자사주 EB 발행 계획 철회

입력 2025-11-24 11:33
수정 2025-11-24 14:29
이 기사는 11월 24일 11: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3200억원을 조달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6월 발행을 결정한지 약 5개월만이다.

태광산업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지난 6월 27일 최초 공시한 교환사채 발행 및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소각 등에 대한 정부 정책 기조와 주주가치 보호라는 측면에서 자사주 처분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태광산업 측은 “소액주주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조달 비용은 증가하는 등 시장 환경이 변화했다”며 “그에 따른 거래 상대방과의 발행조건 재조정 협의 지연 등으로 신속한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환사채 발행 철회와 무관하게 중장기 투자 계획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태광산업은 지난 9월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합병(M&A) 잔금도 치러야 한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과 코트야드 메리어츠 호텔 인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부동산, 조선업 등 다방면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외부 차입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을 한층 강화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태광산업은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기존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법원에 EB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약 2개월에 걸친 법적 분쟁 끝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태광산업의 손을 들어줬으나, 그 사이 태광산업 주가는 급락했다. EB 발행 최초 결정 당시 110만원대였던 태광산업 주가는 11월에 80만원을 밑도는 가격에 거래됐다.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태광산업이 받는 압박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태광산업이 공시한 EB 관련 보고서에 발행 상대방 등에 대한 중요한 누락이 있었다며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조달자금의 사용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달 국세청은 태광산업을 대상으로 비정기 세무조사에 나섰다. 태광산업의 인수합병(M&A) 자금 조달과 오너 일가의 부동산 거래, 계열사 간 자금 흐름 등이 서로 맞물려 있는지를 파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