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스테이지(LLM), 슈퍼브에이아이(국제화 플랫폼), 마키나락스(제조업 딥러닝). ‘한경 글로벌 AI스타트업 사례연구’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다. 데이비드 최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창업 분석), 장용석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경영 및 국제화 전략), 전성민 가천대 교수 (정보 기술 상용화)는 한국경제신문과 협업해 학술적인 시각으로 국내 AI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주요 사례 분석 결과는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적 역량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한국 AI 스타트업은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새로운 사업 방식’을 찾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과 인프라를 의미한다. 업스테이지의 LLM 개발이나 마키나락스의 제조업 딥러닝 적용처럼 고난도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한국 AI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BM을 시작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를 갖추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더불어 세계 최초의 독자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다수 탄생시켰다. 당시 PC방 문화, 독자적인 포털 서비스, 온라인 게임BM 등은 실리콘밸리의 모델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었다. 기술적 인프라의 우수성과 더불어 새로운 서비스 및 BM 실험에 대한 규제 당국의 비교적 낮은 개입이 결합된 결과였다.
AI 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기술 규제보다 BM 규제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많은 AI 스타트업들이 데이터 활용, 산업별 규제 등에서 혁신적인 BM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기존 법규 및 규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이는 혁신의 속도를 늦추고 선점 효과를 상실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요소다. AI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가 필수적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상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데이터의 수집, 가명화, 결합 및 외부 반출이 극도로 제한된다.
한국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혁신적 BM’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선 허용, 후 보완’의 원칙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및 BM에 대해서는 현행 법규 저촉 여부를 떠나 일단 시장 검증을 허용하고, 사회적 부작용 발생 시에만 규제를 정비하는 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
AI 비즈니스 모델 전용 샌드박스도 운영해야 한다. 기존의 규제 샌드박스를 넘어, 데이터 활용 및 산업 융합 BM에 특화된 트랙을 신설하여 업스테이지나 마키나락스와 같은 산업 특화 AI 스타트업들이 규제 리스크 없이 사업 모델을 검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 AI 스타트업 정책은 혁신의 브레이크가 아니라 글로벌 BM 개척의 가속 페달이 되어야 한다. 1990년대 인터넷 시대에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BM이 탄생했듯’, AI 시대에도 자유로운 실험 환경을 통해 AI 기반 글로벌 표준 BM이 한국에서 탄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로드맵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