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웹서비스(AWS)가 ‘소버린 인공지능(AI) 클라우드’를 무기로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에는 소프트웨어(SW) 마켓인 AWS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해외 진출 판로를 열어줬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 화장품기업들이 아마존을 통해서 판매를 시작하면 미국·유럽 시장에 쉽게 진출하고 매출도 높아져서 대표적인 K뷰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국내 SW 기업에 AWS의 ‘SW 장터’를 개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수익을 올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 제2의 세일즈포스 찾겠다세계적으로 확장 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 중 하나는 ‘에이전트 AI’ 시장이다. AWS 마켓플레이스에는 AWS의 국내 파트너들이 자체 개발한 에이전트 AI 기능을 장착한 소프트웨어를 올려서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AI 도구 중에서도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같은 분야는 자본이 없는 중소형 기업이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에이전트 AI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회사라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기존 제품을 AI 시대에 맞게 변형만 하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다. SW 시장이 에이전트 AI에 주목하는 이유다.
AWS 파트너 중 하나인 세일즈포스는 AWS 마켓플레이스 출범 직후 자사 소프트웨어에 에이전트 AI를 장착해 소프트웨어를 상품 형태로 올려 누적 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AWS는 세일즈포스의 이 같은 성공 공식을 국내 기업에도 적용하기 위해 나섰다. 급성장하는 에이전트 AI 시장에 자사 제품을 올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 韓에 ‘올인’하는 아마존클라우드 부문에서는 기업이나 기관이 데이터 저장 위치와 암호화 여부를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기술을 핵심 강점으로 내세웠다. 2031년까지 약 7조원을 들여 국내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한국에 데이터센터가 없는 구글, 오픈AI와는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로 평가된다.
AWS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1위 사업자다. 기업용 클라우드란 전기와 수도처럼 컴퓨팅 자원을 필요할 때 사용하고 쓴 만큼만 돈을 내는 서비스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거대한 기업 고객을 확보한 아마존은 클라우드 시장을 개척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AI 시대가 개막하며 오라클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에선 뒤처졌지만 데이터베이스 관리에 특화된 장점을 AI에 접목해 AI 인프라 시장의 ‘스타’로 부상했다.
아마존은 AI 클라우드 시대에도 주도권을 쥐기 위해 ‘소버린’을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다. AWS는 세계 전력·지리·법제 환경에 최적화된 분산형 클라우드 모델을 20년 넘게 운용한 경험이 있다. SK그룹과 손잡고 울산에 ‘AI존’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7조원 규모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AWS가 내세우는 또 다른 장점은 ‘풀스택’이다.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칩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트레이니엄2’라는 AI칩의 수주액은 수십억달러 규모이고, 올 3분기엔 전 분기 대비 150% 증가했다. MS, 오라클 등 GPU 의존도가 큰 빅테크에 비해 고객사에 가성비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이런 기술력 덕분이다.
AWS는 제조업 중심의 국내 기업을 공략함으로써 ‘제조 AI’에서도 경험을 축적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초 AWS 인더스트리위크를 통해 한국을 찾은 크리스 케이시 AWS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삼성SDS, LG, 현대자동차, 두산 등과 협력해 제조 공정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통합하고 있다”며 “한국 제조기업은 자동화와 로봇 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AI를 결합해 생산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업용 솔루션 업계 관계자는 “한국 대형 제조기업 대부분이 독일 SAP와 협업해왔다”며 “AWS가 제조업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통해 SAP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까지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공, 금융 부문도 AWS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대규모 투자 덕분에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WS는 MS, 구글 클라우드에 이어 글로벌 기업 중 세 번째로 한국 정부의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취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WS의 소버린 전략이 성공한다면 상승률 측면에서 오라클에 뒤처진 아마존의 주가도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