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비슷한 듯 한데"…스웨덴 '크로나'는 왜 강세일까

입력 2025-11-26 06:00
수정 2025-12-05 15:21
스웨덴 통화인 크로나의 가치는 올들어 달러 대비 15% 이상 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G10) 가운데 통화가치 절상 폭이 가장 컸다. 스웨덴은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직후 회복 국면을 보이는 데다 방위 산업 등도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탄탄한 재정건전성이 부각되면서 통화가치가 뜀박질했다는 평가가 많다.

26일 한국은행과 한국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21일 스웨덴 크로나 환율은 달러당 9.56크로나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크로나 가치는 15.5% 뛰었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0% 상승한 점을 감안해도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크로나 강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달러 약세가 지목된다.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가치)는 7.6% 떨어졌다. 여기에 방산업 호조와 경기 회복 흐름이 크로나 강세를 지지했다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 등의 수주와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브의 지난해 매출은 638억크로나로 전년 대비 24% 늘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매출도 각각 11%, 32% 증가했다. 사브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에 최신 전투기 ‘그리펜’ 최대 150대를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성장률도 1분기 -0.1%에서 2분기 0.6%, 3분기 1.1%로 뚜렷한 개선세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도 유사하다. 국내 방위산업이 선전하고 있으며 성장률 역시 1분기 -0.2%에서 3분기 1.2%로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 한국과 스웨덴의 결정적 차이는 재정건전성이다. 스웨덴의 안정적 재정 여건이 통화 가치를 밀어 올렸다는 평가가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스웨덴의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는 34.2%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33.5%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는 53.4%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64.3%로 10.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의 재정건전성이 유지된 배경의 하나로 ‘경직적 재정준칙’이 꼽힌다. 스웨덴은 2019년 총정부 부채를 GDP의 35%, 재정수지 흑자를 GDP의 0.33% 이내로 관리하는 준칙을 도입했다. 1991~1993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겪은 뒤 세워진 기조다. 당시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은행이 연쇄 위기에 몰렸고, 신용경색이 기업 투자와 고용을 급격히 위축시켰다. 재정수지가 악화한 후 스웨덴 정부는 강력한 재정 원칙을 도입해 오늘날의 재정 건전성을 지켜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