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정저우의 ‘초대형 전기차 메가팩토리’를 가다

입력 2025-12-03 07:00
[한경ESG] ESG Now


지난 11월 13일(현지 시간) 중국 허난성의 비야디(BYD) 정저우 공장의 용접 공정. 중형 SUV ‘송(宋)’의 하부 차체가 밀려오자 용접 로봇 4개가 즉시 달라붙어 프레임 등을 용접하기 시작했다. 용접을 마친 차체는 성인 남성보다 큰 로봇 팔이 잡아 올려 다음 단계로 옮겼다. 2개 동, 총면적만 43만9000m2에 이르는 용접 공장에 설치된 로봇은 2455대. 공장 관계자는 “용접 공장 자동화율은 98%에 달한다”며 “51초에 한 대씩 용접을 끝낸 차체를 만든다”고 했다.

세계 1위 전기차 회사 BYD가 2023년 4월부터 가동한 정저우 공장을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서울 여의도의 3배가 넘는 1067만m2에 이르는 정저우 공장은 중국 최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이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메가팩토리)의 규모는 20만m2다.

2455대 로봇이 시간당 50대 생산

정저우 공장의 주인공은 로봇이었다. 32만6000m2에 이르는 프레스 공장에서도 로봇 팔이 냉연 강판을 올리면 프레스 장비가 5초에 한 번씩 압착해 자동차 패널을 만들어냈다. 완성된 패널은 높이 30m 천장에 달린 6대의 크레인이 즉각 날랐다. 근로자들은 라인 끝단에서 제품을 검사하거나 폐쇄회로TV(CCTV)로 공정을 모니터링만 했다.

2455대 로봇이 투입된 용접 공장에선 스폿 용접에 걸린 시간은 1초 미만. 오차를 0.01mm 이내로 줄이면서도 차량을 쉴 새 없이 다음 공정으로 밀어냈다. 용접 불꽃이 통로 가까이까지 튈 정도로 작업 간격이 촘촘했다. 이 공정에서는 1시간 동안 50대의 차량이 도장 공정으로 이동했다. 폭스바겐의 독일 츠비카우 용접 속도(시간당 47대)보다 빠르다. 정저우의 용접 공장은 1호(21만2000m2)와 2호(22만7000m2) 두 동으로 나뉜다. 내부에 각각 1198대, 1257대의 로봇 팔이 설치돼 있다.

마지막 단계인 조립 공장에선 근로자들이 조금씩 보였다. 각종 케이블과 호스류를 결합하는 의장 공정에는 차량 한 대당 근로자 6명이 작업했다. 중앙 전광판에는 어떤 차량이 어느 라인에서 몇 번째 공정에 있는지 한눈에 파악 가능한 그래픽이 표시돼 있었다. 부분 조립을 마친 차량은 여러 카메라가 최종적으로 인공지능(AI) 비전 검사를 했다. 정저우 공장에선 현재 SUV(송L DM-i, 송 프로, 씨라이언7, 바오5, 바오8) 해치백(시걸), 픽업트럭(샤크6) 등 7개 차종을 연간 55만 대 생산하고 있다. 서로 다른 차급 모델이 하나의 라인에서 뒤섞여 생산되는 혼류 생산 방식이 적용된다. BYD 관계자는 “로봇과 AI를 적용한 덕분에 혼류 생산이 가능해졌다”며 “수요 변화 등 시장 대응에 용이해졌다”고 했다.



배터리부터 R&D까지 한 공장에서 끝낸다

정저우 공장의 혁신을 완성하는 건 BYD가 완성한 수직계열화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부터 모터·조향장치·전자제어·램프·시트 등을 생산하는 부품 공장, 프레스·용접·도장·조립 등 4대 주요 공정, 주행 시험 서킷과 R&D가 정저우 공장에 모두 자리를 틀었다. 이곳에 건물만 총 56개 동이다. 자동차 설계, 양산, 시험이 모두 정저우 공장에서 끝나는 구조다.

배터리 생산동에서는 3초마다 1대의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 한 개를 쏟아내고 있었다. 정저우 공장에서 소화하지 못한 배터리는 선전 등 다른 BYD 공장으로 공급된다. BYD로선 부품 조달 리스크를 줄이고 물류비를 낮출 수 있다. 다양한 차를 싸고 빠르게 만들어 단기간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석권하게 된 배경이다.

정저우 공장은 2023년 4월 첫 완성차를 생산했다. 첫해 생산량은 20만 대, 생산 가치는 335억 위안(6조9200억 원)이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생산량이 55만 대, 생산 가치는 860억 위안(17조7800억 원)으로 2배 늘었다. 단지 조성이 본격화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연간 50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전기차 메가팩토리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올해 1~9월 누적 생산 대수는 37만 대, 생산 가치는 628억 위안(12조9800억 원) 수준이다.



‘기술은 왕이고 혁신은 기본이다’

정저우 공장 곳곳에는 ‘技??王 ?新?本’(기술위왕 혁신위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기술은 왕이고 혁신은 기본이다’라는 뜻을 지닌 이 문구는 직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R&D 인력은 정저우 공장을 포함해 12만 명에 달한다. 덕분에 BYD에서는 매일 45건의 특허가 출원됐으며, 지금까지 특허출원 개수는 5만9000건에 달한다.

BYD의 기술력은 정저우 도심 한복판에 마련된 BYD의 친환경차 전시관 ‘디스페이스’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디스페이스는 약 2억 위안(400억 원)을 투입해 조성한 BYD 최초의 친환경차 과학관으로 친환경차 문화와 디자인, 기술 전시와 체험 기능을 한데 묶은 전시 공간이다.

이날 찾은 4층 규모의 전시관은 BYD가 1994년 광저우성 선전에서 작은 배터리 제조 회사로 시작한 이래 어떻게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가 됐는지 그 역사가 소개돼 있다. 1층에는 한나라 시대의 수레부터 19세기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차인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그림에 이어 세계 각국의 내연기관차 생산 감축·중단 계획이 표시돼 있었다. 친환경차가 결국 대중적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보였다. 그 옆에는 풍력·수력·태양열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을 형상화한 ‘에너지 가든’을 꾸렸다. 단순한 전기차를 넘어 친환경 전환에 힘쓰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2층 ‘장인정신 공간’에는 BYD 차량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단계별로 소개돼 있었다. ‘공학의 힘’ 구역에서는 BYD 해양 시리즈 ‘씰’을 분해한 상태로 전시해 차량 1대에 들어가는 부품과 작동 원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층 ‘혁신기술 공간’은 한국 특허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특허 인증 기관에서 받은 특허증 수백 개에 둘러싸여 있었다. 중국 최고 기술 특허에 주어지는 금상도 6개 전시돼 있었다.

BYD가 자체 개발한 초고효율 5세대 DM-i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도 볼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을 장착한 씰6 DM-i는 4기통 1.5L 엔진에 15.8kWh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에 2100km(중국 CLTC 기준)까지 달릴 수 있고, 전기차 모드로만 12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전시관 곳곳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와 오프로드 브랜드 ‘팡청바오’ 차량도 전시돼 있었다.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대표)는 “기술을 중시하는 문화 덕분에 중국에서는 전기차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전했다.

선전·정저우=한국경제신문 양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