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하반신 마비로 방송계를 떠났다가 휠체어를 타고 복귀한 중국인 여성 앵커의 사연이 현지에서 화제다.
지난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른바 '휠체어 앵커'로 불리는 중국 방송인 양이의 사연을 전했다.
1979년 중국 중부 후난성에서 태어난 양이는 2001년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널 중 하나인 후난TV에 앵커로 입사했다.
꿈꾸던 직업을 가진 양이는 밝은 미래를 기대했으나, 입사 4개월 만에 돌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검사 결과 청수 혈관 기형 진단을 받았다. 이에 중추신경계가 파열·압박된 것.
양이는 병원에서 지낸 초반에는 분노, 절망 등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지만, 이후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고 한다. 특히 중국의 유명 작가 석철성을 만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석철성도 젊은 나이에 하반신이 됐지만, 낙관적이고 통찰력 있는 글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작가다.
석철성은 양이에게 "우리는 어릴 때 어떤 절망에 직면하게 될지 알지 못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읽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래야 절망에 부딪혔을 때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석철성의 조언에 감명받은 양이는 2011년 중국의 명문 커뮤니케이션 대학 방송 분야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이어 이듬해 다시 주목받으며 후난TV에 복귀해 중국 최초의 '휠체어 앵커'로 자리매김했다.
양이는 이후 10년 넘게 장애인을 위한 텔레비전,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3시간 전 집을 나서고, 등을 곧게 펴는 데 쓰는 쿠션 탓에 목소리가 불안정해져 이를 가다듬기 위한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한다.
양이는 "끈기 덕분에 오늘날의 내가 있었다. 끈기의 힘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삶에서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하고 그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