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원화가치 16년 2개월 만에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

입력 2025-11-23 20:21
수정 2025-11-23 20:22

지난달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은 만큼 국제 교역에서 원화가 지닌 구매력도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9.09(2020년=100)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대비 1.44포인트 낮아진 값이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은 것.

올해 3월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졌던 시점(89.29)과 비교해도 0.2포인트 더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통상 100 아래로 내려가면 기준 연도 대비 화폐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BIS가 집계한 64개국 가운데서는 일본(70.41)과 중국(87.94) 다음으로 낮아 '뒤에서 3등'에 그쳤다. 특히 10월 한 달 동안의 하락 폭은 뉴질랜드(-1.54) 다음으로 커 원화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빠르게 약해졌음을 방증했다.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내국인의 해외 주식 매입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은 국제수지표에 따르면 올해 1~9월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액(증권투자 주식 부문)은 718억달러에 다다랐다. 이는 지난해 421억달러, 2023년 298억 달러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10년 전인 2015년 163억달러와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